자동차에서 파크골프 가방을 꺼낸 사람들이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맞은편 갯벌에 제방을 쌓는 덤프트럭은 수시로 오고 갔다.
파크골프장은 한때 섬이었다. 맞은편 섬들도 육지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미 육지로 변한 파크골프장은 조선조에 코끼리가 유배됐다는 이야기로 유명한 섬 장도이고, 제방이 연결되고 있는 섬은 꼬막과 멸치와 김 양식으로 유명했던 송도다. 장도는 율촌국가산단을 조성하면서 육지가 되었고, 송도는 무역항인 광양항 준설토 투기장 공사로 사라질 섬이다.
2012년 여수엑스포를 앞두고 송도를 찾았다. 여수뿐 아니라 전국이 여수엑스포로 들썩이던 때였다. 여수가 국제도시가 되고, 크게 바뀔 것이라고 기대에 차 있었다.
덕분에 일찍 KTX가 개통되었고, 중소도시 소규모 MICE 산업 선진지로 주목받기도 했다. 도로, 항만, 공항 등 사회간접시설이 확충되기도 했다.
그 무렵 장도마을 주민들은 집단이주를 했고 당산나무만 마을을 지키고 있었다. 이제 10년이 지나 ‘여수세계섬박람회’를 앞두고 있다. 섬이 사라지는 현실을 보면서 섬박람회의 성공개최를 기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시 송도호를 운전하던 김 선장이 승합차를 끌고 선착장으로 나왔다. 이제 배 대신 자동차다. 공사 트럭이 오가는 제방을 달려 송도 마을회관 앞에 내려 주었다.
갯벌에 훈장처럼 남은 그물 매는 기둥
송도는 여수시 율촌면 여동리에 속한 섬으로 광양만 안에 있는 섬이다. 한때 이웃 섬 장도와 송도를 묶어 ‘송장리’라 부르기도 했다. 광양만은 광양, 순천, 여수 그리고 하동까지 아우르는 내만이다.
1598년 12월(음) 임진왜란 최후의 전투 노량해전이 펼쳐진 곳이며, 충무공이 죽음으로 나라를 구한 바다이다. 지금은 광양제철, 컨테이너부두, 율촌산업단지, 여수국가산업단지 등이 자리했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광양만에 여러 섬이 사라졌다.
이번에 준설토 투기장 공사로 송도, 대륵도, 소륵도도 같은 운명을 앞두고 있다. 섬 주민들은 이미 20여 년 전 율촌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마음은 이미 고향을 떠났다.
그러니 행정은 섬 주민 정주환경에 관심이나 있었을까. 마을 안에 섬 집과 골목을 돌아보면서 든 생각이다.
송도는 풍족한 섬이었다. 논도 없고 언덕을 개간한 작은 텃밭만 있는 작은 섬이지만 60여 가구에 400여 명이 거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다와 갯벌 덕분이다. 갯벌에는 ‘로또’ 조개로 알려진 새조개, 꼬막 그리고 최근까지 노인들 생계를 책임졌던 굴과 바지락이 지천이었다.
낭장망에는 멸치가 그물이 터지도록 들었고, 지주식 김 양식도 잘 되었다. 마을 앞 갯벌에 훈장처럼 남은 그물을 매던 기둥 끌텅이 이를 잘 말해준다.
섬박람회 준비 중 사라지는 위기의 섬
이제나저제나 집단이주가 이루어지나 기다리면서 율촌산단이 조성될 때 받은 어업보상금은 시나브로 사라졌다. 그 사이 생계를 위해 불법을 감수하고 다시 바다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제 준설토 투기장이 조성되면서 가옥 등 생활보상과 이주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남은 손실보상금, 주거이전비, 이주정착금 등을 합쳐도 뭍에 나가 살 집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마을 뒤 당산나무를 지나 봉화대 쪽으로 올라가다 만난 매화는 속절없이 피어났다. 매화 외에 많은 유실수가 심어졌다. 선적을 섬에 둘 수 없지만 선창에는 60여 척의 배와 작업선이 갯벌에 누워 있다. 뭍으로 나가야 할 주민들은 한 푼이라도 보상금을 더 받아야 할 형편이다.
송도에서는 할머니 한 분, 소륵도에서 굴을 까던 주민 한 분을 만났다. 대륵도에서는 개 한 마리가 낯선 사람이 마을에 들어오자 컹컹 짖어댔다. 아름드리 느티나무만 섬을 지키고 있었다.
송도에서는 배를 타고 소륵도로 이동했다. 한 주민이 굴을 까며 섬을 지키고 있다. 대륵도에서 시작된 제방은 소륵도 앞 중륵도까지 이어졌고 곧 소륵도로 닿을 것 같다. 소륵도에는 선교사들이 들어와 지었다는 교회가 유물처럼 돌담만 남아 있다. 60, 70년대에 선교사들이 머물며 목회뿐 아니라 교육과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도 했다. 대륵도 해안에선 최근 공룡뼈가 무더기로 발견되어 주목받았다.
마을 가운데 커다란 당산나무가 인상적인 섬이다. 하지만 마을 주민은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낯선 사람의 등장에 컹컹 짖는 개소리만 요란했다. 섬박람회도 중요하지만 사라질 위기에 있는 섬을 기록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기를 바란다.
김준 / 전남대학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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