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없게 되었다. 명색이 차를 싣고 다니는 철부선인데, 딱 5대까지만 가능하다. 그러니 차를 가지고 가야 일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일찍 나와 선착장에 줄을 서야 한다. 배는 하루에 두 번 다닌다. 그러면 들어갈 수 있는 차가 10대, 나올 수 있는 차도 10대다.
보성군 벌교읍 장도의 현실이다. 마을은 섬치고 제법 큰 대촌리와 부수리 두 개의 행정리가 있다. 부수마을은 밭은 물론 논도 있고, 염전도 있다. 반면 대촌은 밭농사와 꼬막에 의존했다.
장도는 여자만 복판에 있는 섬이다. 여자만에는 보성군에 딸린 장도와 해도, 주도가 있다. 대여자도와 소여자도, 운두도는 여수에 속한다. 고흥에 딸린 진지도도 있다. 이외에도 사람이 살지 않는 작은 섬이 많다. 갯벌이 발달한 여자만은 바닷물이 빠지면 모두 갯벌로 둘러싸인다.
장도는 이러한 특징이 더욱 도드라지는 섬이다. 갯벌이 고운 펄로 이루어져 질 좋은 참꼬막이 많이 서식한다. 일명 ‘꼬막섬’으로 불렸다. 꼬막을 채취하기 위해 여성들은 널(뻘배)을 타고 갯벌로 들어간다. 이러한 어업이 ‘보성뻘배어업’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중요어업유산에 등재되었다. 최근 보성군은 이를 세계농업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이제 참꼬막이 예전처럼 나오지 않는다. 아니 씨를 구경하기 어렵다고 한다. 널을 타고 잡아야 할 참꼬막이 없다면 뻘배어업은 어떻게 전승되어야 할까. 걱정이다.
세계유산 지정해 놓고 ‘모르는 척’
장도는 여자만 순천만 갯벌, 여수 갯벌, 보성 갯벌, 고흥 갯벌의 중심에 있다. 장도 남쪽은 좌우로 고흥 갯벌과 여수 갯벌이 있고, 북쪽은 벌교 갯벌과 순천 갯벌이 좌우로 있다.
한때 장도는 고흥군 동강면에 속하기도 했다. 그때를 기억하는 주민은 “장도가 보성에 속하면서 홀대받고 있다”며 차라리 고흥 시절이 좋았다고 한다. 과거는 아름답다는 심성도 반영됐겠지만, 그간의 속상한 마음을 표현한 말이리라.
지난 2021년 보성 벌교 갯벌은 인근 순천만 갯벌과 함께 ‘한국의 갯벌’에 포함되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그 중심에 장도 갯벌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대촌마을에서 만난 주민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벌교 갯벌이 좋다고 하면서 장도 갯벌을 앞세워 이야기하고, 벌교 꼬막이 좋다고 하면서 장도 꼬막을 가져갔다. 장도 갯벌은 습지보호지역, 갯벌도립공원, 람사르습지 그리고 세계유산까지 지정되었다.
하지만 장도는 이런저런 사업을 할 때 늘 육지에 소외되었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최근 해양수산부 사업 선정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반면에 장도가 전라남도가 추진한 ‘가고 싶은 섬 사업’에 선정되어 섬길, 공유주방, 게스트룸 등이 두 마을에 마련되기도 했다. 덕분에 예약을 하면 마을에서 밥을 먹을 수 있고, 잠도 잘 수 있다.
마을 주민들도 모여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었다. 여행객보다 주민 우선의 사업을 하겠다는 ‘가고 싶은 섬’ 사업의 지향이기도 했다.
뻘배 타는 어머니들 공공근로 참여
하지만 어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장이다. 장도처럼 꼬막밭 의존도가 높은 마을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우리나라 수산물 지리적표시 제1호로 보성벌교꼬막이 지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당연히 꼬막밭에는 꼬막, 특히 참꼬막이 서식해야 한다. 그래야 널을 탈 수 있고, 꼬막 밥상을 차릴 수 있다. 어머니들이 밥상머리에서 마을이야기를 나누고 공동체를 확인할 수 있다. 장도의 어촌공동체는 꼬막밭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 꼬막밭에 꼬막이 사라졌으니 얼마나 답답할까. 대촌리를 찾던 날, 뻘배를 타는 어머니들은 빗자루를 들고 나와 공공근로로 아침을 시작했다.
어느 젊은이가 섬에 들어오겠는가. 누가 뻘배를 타겠다고 나서겠는가. 뻘배어업과 함께 국가중요어업유산에 등재된 해녀어업은 해녀학교, 해녀밥상, 해녀박물관 등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해녀가 사라지기 전에 ‘바당(바다)’에 소라, 전복, 우뭇가사리, 미역, 톳 등이 먼저 없어질 것이라 걱정이다.
참꼬막이 사라지는 원인은 10년 넘도록 연구 중이다. 어디서 답을 찾아야 할까. 어민들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김준 /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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