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였다. 상마도로 가는 길을 물어물어 평호리 선착장까지 갔는데, 객선이나 도선이 없었다. 혹시나 해서 물김 위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상마도는 김 양식을 많이 하는 섬이기에,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배가 있기를 기도했다. 그렇게 운 좋게 김 채취선을 타고 섬에 들어갔다.
지난 1월 중순 평호리를 다시 찾았다. 평호리는 해남군 화산면에 있는 마을로 사포마을, 평발마을, 구성마을, 송평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동쪽을 제외하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특히 서쪽은 상마도, 중마도, 하마도를 사이에 두고 진도군 고군면과 마주하고 있다. 명량해전이 벌어진 곳이다.
평호리는 김 양식을 많이 하는 마을이다. 바다가 넓지 않아 고흥이나 진도처럼 양식 규모는 크지 않다.
여기저기 이른 새벽 나온 채취선들이 양식장을 오가며 김 채취로 바쁘다. 김 씨도 외국인 노동자 세 명을 데리고 600줄의 김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정도면 마을에서 많이 하는 편에 속한다. 물론 고흥이나 진도에는 1000줄, 1500줄 이상 양식하는 사람이 많다.
대규모 양식 어가는 외국인 노동자 6∼7명 고용한다. 채취선을 운전하는 사장을 제외하고 양식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외국인이다. 10여 년 전처럼 가족노동에 의지해 양식장을 운영하는 곳은 찾기 어렵다.
물김 채취량 증가, 양식 면적 늘어
물김 위판은 선창에 정박한 배 위에서 이루어진다. 선착장에 위판을 기다리는 채취선은 모두 14척이었다.
상마도 가는 배를 탔던 다박포 선착장이다. 그 사이 선착장은 물양장이 넓어지고, 접안시설과 위판시설도 크게 개선되었다. 위판을 기다리는 동안 인근 식당에서 물김 된장국에 아침을 먹었다. 추위에 떨다 따뜻한 국물에 몸이 확 풀어지는 느낌이다.
김 채취를 끝낸 외국인 노동자들도 삼삼오오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이들 표정이 밝지 않다. 김값이 좋지 않은 탓이다.
사장 기분이 좋아야 노동자도 일할 때 신이 난다. 사장은 판매 가격을 잘 받아야 기분이 좋다. 모두 신경이 날카로웠다. 외국인은 외국인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사장은 사장대로 모여서 위판을 기다리고 있었다.
중매인 10여 명이 채취선으로 모여들었다. 수협 직원의 호각 소리와 함께 중매인들은 자신이 가진 분홍 종이에 가격을 적어 직원에 건넸다. 그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중매인에게 해당 물김이 낙찰된다.
첫 번째 김은 120킬로그램 한 자루에 4만5000원에 결정되었다. 주변에서는 가격을 받은 것만도 다행이라고 수군거렸다. 잠시 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물김은 가격을 받지 못했다. 다시 호각을 불고 재경매를 시도했지만 끝내 가격을 받지 못했다.
책임은 힘없는 어민이 져야 한다?
14척 중 가격을 받지 못한 채취선이 7척이었다. 가격을 받지 못한 물김은 그대로 바다에 버려졌다. 전날에도 4척이 가격을 받지 못했다. 그날 최고 가격은 4만8000원, 최저는 4만2000원이었다. 작년에 물김은 20∼30만 원 선에서 낙찰되었다.
왜 물김 가격이 크게 떨어졌을까. 현장에서 만난 해남수협 직원은 ‘물김 채취량이 증가했다. 양식 면적이 크게 늘었다, 적절한 수온과 날씨가 유지되었다, 불법 양식 어장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작년에는 중국과 일본의 김 작황이 좋지 않아 우리 김이 미국으로 많이 수출되었다. 가공공장은 작년과 같고, 생물인 물김을 저장할 곳이 없으니 위판되지 않는 물김은 버려질 수밖에 없다.
농산물도 그렇지만, 수산물은 변수가 더 다양하다. 정확한 통계와 예측이 필요한 이유다. 문제가 발생하면 늘 책임은 말 못하는 수온 상승이나 힘없는 어민들이 져야 한다. 불법이건 적법이건 피해는 똑같이 받는다.
어민들은 불법 어장 전부 철거와 물김 최저가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어촌정책도 그렇지만 수산 정책도 주먹구구다.
김준 /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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