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오일장은 새벽장이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일찍 나서야 한다. 장꾼은 전날이나 새벽에 와서 자리를 잡고, 장을 보는 사람도 일찍 나서야 좋은 물건을 살 수 있다. 점심이 지나면 장꾼은 짐을 싸기 시작한다.
우도에서도 주민 네 분이 깐 굴과 소라, ‘눈먼’ 주꾸미를 가지고 나왔다. 섬에서 동강장까지 10여 분 거리지만, 노둣길이 바닷물에 잠기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시장에 팔 것을 트럭에 싣고 하루 전날 나왔다.
우도는 고흥군 남양면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섬은 득량만 안쪽에 있고, 바닷물이 빠지면 갯벌로 둘러싸인다. 섬 주민들은 갯벌 위에 노둣돌을 놓아 육지를 오갔다. 그 길을 시멘트로 포장하면서 자동차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지난해엔 사람만 오갈 수 있는 ‘무지개다리’를 놓아 바닷물이 들어도 오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노인들이 걸어서 오가기에는 거리가 짧지 않다. 더구나 버스를 타려면 승강장까지 다시 걸어가야 한다. 주민들은 여전히 물때를 기다려 노둣길이 열리면 자동차나 트럭을 이용한다. 여행객은 물때와 관계없이 다녀갈 수 있다.
우도로 들어가는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주민을 만났다. 다음 날이 동강장이라 트럭에 굴과 소라를 실어 주차장에 옮겨 두고, 섬으로 들어가려고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설 명절을 전후해 굴이 가장 실해 구이로 좋다. 주민으로부터 굴 한 자루를 구입해 차에 실어 두고, 주민을 따라 섬으로 들어갔다. 마을 입구 굴막에 주민 몇 명이 굴을 까고 있었다.
갯벌에 굴 지천, 일손 부족해 방치
우도에는 굴을 까 장에 가져가 파는 주민이 모두 네 명이다.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지만, 오일장에 가지고 나가는 일이 많다. 우도는 남양면 속한 섬이지만, 동강장이 가깝고 규모도 커서 자주 이용한다. 특히 동강장 어물전은 크고 우도 주민들처럼 산지에서 바로 가져와 팔기에 싱싱하다.
우도 갯벌에는 굴이 지천이지만 손이 모자라 굴을 다 까지 못한다. 과거에는 모든 주민이 겨울엔 굴, 봄에는 바지락, 가을에 낙지를 잡아 팔았다. 굴이나 바지락 밭은 가구마다 논밭처럼 뚜렷한 경계로 나뉘어져 있다.
우도처럼 갯벌이 발달한 곳에서는 굴 포자가 잘 붙을 수 있도록 돌을 넣거나 나뭇가지를 꽂아야 한다. 그곳에 굴 유생이 붙어 큰 굴로 자라면 갯벌에 떨어진다. 그 굴을 굴막으로 가져와 까서 파는 것이다.
섬 서쪽은 바지락이 잘 자라는 혼합갯벌이다. 그 갯벌에서 큰 돌은 골라내고 바지락 종패가 자리잡기 좋게 만들었다. 여름이나 가을에는 낙지를 잡는다.
최근 고향을 떠난 주민들이 돌아오고, 귀촌한 외지인도 늘어나고 있다. 주민들에게 바지락이나 굴을 채취하는 갯밭은 농촌의 텃밭과 같은 곳이다. 귀촌한 사람들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갯밭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지개다리가 놓이면서 찾는 사람도 늘었다.
직접 채취한 해산물 풍성한 오일장
다음날, 동강장에 도착하자마자 어물전을 찾았다. 어제 만난 우도 주민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런데 주민이 보이지 않았다. 채소전을 지나 두리번두리번 어머니들을 찾았다.
그때 누군가가 바지를 잡아끌었다. 두꺼운 옷을 입고 얼굴까지 가리고 있어 알아보지 못했는데, 주민이 나를 알아 봤다.
오일장에도 앉아야 할 자리가 있다. 장옥에 자리를 잡고 장사하는 사람은 일정 비용을 내고 한다. 하지만 우도 주민들처럼 직접 재배 또는 채취한 농산물이나 해산물을 파는 사람들은 길가에 펼쳐 놓고 장사를 한다. 어물전에서 볼 수 없는 이유다. 오일장은 이런 주민들이 많아야 풍성하다.
고흥군은 바다로 둘러싸인 섬과 같다. 그래서 장마다 주민들이 농산물과 수산물을 직접 가져와 판다. 고흥장이나 과역장도 매한가지다. 어제 이야기를 나눈 주민은 굴과 소라 다 팔고, 다른 분 것을 팔아주고 계셨다.
오일장이 가까워 얼마나 좋은가. 설 명절을 앞두고 열린 대목장을 보려는 사람들로 동강장에 활기가 넘쳤다.
김준 /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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