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으로 오르는 새벽길, 골목에서 이난영을 만났다. 그 옆에 두 딸과 조카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최초 미국진출 걸그룹 ‘김시스터즈’도 자리잡고 있었다. 이난영은 해방을 3년 앞둔 1942년 ‘목포는 항구다’라고 노래했다. ‘목포의 눈물’과 함께 지금도 목포를 상징하는 노래이며 전라도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노래다.
‘영산강 안개 속에 기적이 울고/ 삼학도 등대 아래 갈매기 우는/ 그리운 내고향 목포는 항구다/ 목포는 항구다 똑딱선 운다.’
유달산에 오르면 삼학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돌리면 고하도, 장산도, 율도, 달리도, 외달도가 목포항을 감싸고 멀리 신안의 섬과 해남 화원곶, 시하바다가 있다. 그 섬과 바다에서 나는 것들이 목포항을 거쳐 육지로 배달되었다.
한때 진도 본섬은 물론 조도의 많은 섬과 바다에서 나는 물산도 모두 목포항으로 들어왔다. 그 길이 영산포까지 이어진 시절도 있었다. 목포는 서남해 다도해와 영산강 내륙으로 이어지는 나들목에 있는 포구다. 목포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일 것 같다.
철도·국도 개통되며 많은 항로 폐지
목포는 수군진에서 출발했다. 부산, 인천, 군산, 여수, 통영, 거제, 울산 등 많은 항구도시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수군진과 만난다.
목포가 항구로 변신한 계기는 1897년 개항이다. 개항이 되자 이권을 선점하려는 열강의 선박이 몰려들었다. 신학문과 신문물을 소개하는 선교사도 들어왔다. 목포에 일찍 교회가 세워지고, 근대교육이 시작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쌀과 면화. 소금을 수탈하는 무역항으로 성장했다. 철도와 국도가 개통되면서 많은 항로가 폐지되었다. 뱃길에서 철길의 시대로 전환을 의미한다. 목포에서 인천으로 이어지는 항로도 폐지되었다.
한때 인천뿐 아니라 군산, 부산, 제주 그리고 함경도 원산과 북관까지 뱃길이 이어진 적도 있었다.
해방 후 선박이 대형화되면서 목포항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그 사이 서해 평택항, 남해 광양항 등 대형화물이 드나들 수 있는 무역항이 만들어졌다. 1960년대 항만시설 능력을 보면 목포는 부산, 인천, 묵호, 여수, 마산, 군산에 이어 7위였다. 제주와 이어지는 화물 수송도 완도항, 녹동항, 벽파항으로 분산되었다.
무역항은 광양항이나 평택항 등이 문을 열면서 약화되었다. 2024년 3분기 무역항별 물동량을 보면 부산, 광양, 울산, 인천, 평택당진, 대산, 포항, 보령, 묵호에 이어 10위다.
구도심과 항구 잇는 다양한 다리 필요
그 사이 목포는 간척과 매립, 인근 지역 흡수 통합을 하면서 도시공간이 확대되었다. 목포의 중심이던 목포항과 목포역도 하당신도심, 남악신도심이 형성되면서 구도심에 묻혔다. 구도심을 되살려 보겠다며 일제강점기 상징 건물인 일본영사관(1900년 건립)과 동양척식주식회사(1921년 건립)는 목포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외에도 목포에는 총 30개소 건축물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목포항 주변 해안로에 있다. 이들은 카페, 식당, 제빵, 목공소, 선구점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목포항은 여객부두, 남항부두, 북항부두, 삼학부두 등 기능에 따라 8개 부두로 나뉘어 있다. 공간으로 보면 내항, 북항, 남항으로 나눠진다. 내항은 크게 여객 전용항과 삼학도의 화물 전용항으로, 북항은 수산물 전용항으로 개발되었다. 남항은 관공선과 낚싯배들이 이용하는 항구다.
섬과 육지, 섬과 섬을 잇는 연륙·연도교가 하나둘 건설되면서 목포항에도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진도대교 이후 압해대교와 천사대교가 건설되면서 여객항의 기능도 약화되었다. 목포가 항구이듯, 목포항은 구도심 재생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하지만 목포에서 목포항은 고립된 섬이 되어 있다. 도시 공간이나 기능에서 구도심과 목포항을 연결하는 다양한 다리가 필요하다. 이는 여행객 증가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도시 역사와 공간의 문제이다.
목포항이 제 기능을 찾아야 북항과 남항을 이을 수 있다. 목포 도시디자인도 완성될 수 있다. 목포는 항구이기 때문이다.
김준 /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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