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보성고택 체험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맨먼저 신청하고 또 왔습니다.”(최 아무개, 경남 거제)
“몇 년 전에 고택체험 해봤어요. 좋았던 기억 갖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친한 언니랑 같이 왔어요”(이 아무개, 서울특별시)
남도 고택체험이 올해도 시작됐다. 고택체험은 지난 5월 2일과 3일 1박 2일 동안 영암군 군서면 구림마을에서 진행됐다. 체험 주제는 ‘구림에서 만난 약무호남 시무국가’다. 국가유산청의 고택·종갓집 활용사업의 하나다.
참가자들을 태운 버스는 광주버스터미널(유스퀘어)에서 광주송정역을 거쳐 영암으로 향했다. 읍내에서 점심식사를 한 참가자들은 월출산 자락 기찬랜드에서 맨먼저 ‘영암아리랑’ 노래비를 만났다. ‘영암아리랑’은 가수 하춘화가 불러 공전의 히트를 한 노래다.
노래비 앞에 김창조 가야금산조 기념관이 있다. 김창조는 가야금산조의 창시자다. 가야금산조는 열두 줄로 풀어낸 희로애락으로 통한다. 고택체험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되는 가야금산조 공연의 계보를 알아보는 시간이다.
“이런 곳이 있었네요. 가야금산조가 뭔지 알고, 김창조라는 분도 처음 만났습니다.” 영암에서 그리 멀지 않는, 광주광역시에 사는 김 아무개의 말이다.
가야금산조와 함께한 회사정 풍류
버스는 체험 주무대인 구림마을로 향했다. 구림마을은 문화유산의 보물창고다. 영암군 문화유산의 절반 남짓이 여기에 모여있다. 450년 전통의 대동계가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백제 왕인박사, 신라 도선국사, 고려 최지몽의 태 자리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이 구림마을에서 먼저 찾아간 곳은 조종수 가옥이다. 조종수 가옥은 창녕조씨(昌寧曺氏) 태호공파 종갓집이다. 한 자리에서 400년 넘게 대를 이어온 집이다. 참가자들은 조종수 종손의 안내를 받으며 집안을 돌아봤다.
조종수 가옥은 기암괴석의 월출산을 배경 삼아 자리하고 있다. 안채는 작은 소나무 동산이 둘러싸고 있다. 풍광과 조화를 이룬 집이다. 안채가 1870년 지어졌다. 정면 5칸, 옆면 1칸 ㅡ자형 집이다. 가지런한 팔작지붕의 기와선도 멋스럽다. 사당 서호사(西湖祠)도 단아하다.
유생복 체험도 조종수 가옥에서 진행됐다. 유생으로 변신한 참가자들은 옛사람 흉내를 내며 집안과 밖을 하늘거렸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소중한 추억도 만들었다.
옛책을 만들고, 책에 적은 내용이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다. 옛책은 구림대동계(大同契) 문서를 염두에 둔 체험이다. 대동계는 향촌의 어려움을 서로 도우며 미풍양속을 지키는 마을 모임을 일컫는다.
가야금산조 공연은 조종수 가옥 앞 회사정(會社亭)에서 이뤄졌다.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회사정은 마을의 가온누리다. 옛사람들이 마을의 대소사를 논의한 곳이다. 회사정은 호남을 대표하는 정자 가운데 하나다.
공연은 ‘더 현음재’가 맡았다. ‘더 현음재’는 김창조의 가야금산조 맥을 잇고 있는 영암의 전통문화 단체다. 공연은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가야금병창, 한량무로 이어졌다. 피날레는 25현 가야금으로 연주한 가요 메들리가 장식했다. 사방으로 트인 정자 덕분에 마을주민과 함께보는 공연이 됐다.
참가자들의 흥에 겨운 발걸음은 상대포(上臺浦) 역사공원으로 향했다. 상대포는 옛 무역항이었음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일본에 천자문과 문화를 전한 백제 왕인박사가 배를 탄 곳이다.
하룻밤은 낭주최씨 종가에서 묵었다. 저녁식사도 종부가 준비했다. 옛음식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맛있고 정갈하게 버무려 내놓았다.
구림마을에서 도갑사, 영보마을까지
밤늦게 내리기 시작한 비가 아침까지 내렸다. 밤사이 비가 그치길 기대했지만, 어차피 예보된 비였다.
둘째 날 첫 방문지는 연주현씨(延州玄氏) 종갓집이다. 종갓집 앞에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비가 세워져 있다. ‘만일 호남이 없으면, 그대로 나라가 없어지는 것’이라는, 이순신 장군의 편지글에 나오는 구절이다. 편지는 장군이 친구인 연주현씨 덕승(1555~1627)에게 보냈다. 1593년 7월의 일이다.
‘약무호남 시무국가’ 비를 훑어본 참가자들이 종갓집에 들어갔다. 죽림정(竹林亭) 앞에서 옛차림을 한 현삼식 종손이 손님을 맞는다. 참가자들은 종손의 설명을 들으며 죽림정에 걸린 이순신 장군의 친필 편지(복제본)를 봤다.
고택체험은 마을 돌아보기로 이어졌다. 마을길이 고즈넉한 옛집과 돌담을 따라간다. 참가자들은 돌담길에서 도선국사 탄생 설화를 지닌 국사암(國師巖)을 만났다. 국사암은 구림마을의 지명유래와도 엮이는 곳이다.
전통마을에서 만나는 현대식 하정웅미술관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연둣빛으로 채색된 숲터널을 따라가서 만난 월출산 도갑사도 다소곳하다. 영보마을의 영보정과 최덕지 선생 얘기도 흥미롭다.
영암고택체험이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문화관광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단순한 국가유산 관람을 넘어 종손과 지역 공동체가 직접 참여하는 콘텐츠 덕분이다.
“구림마을을 제대로 만난 것 같습니다. 고택에 서린 문화와 종가의 생활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김 아무개, 광주광역시)
“단순히 보는 관광이 아니라,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역사를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역과 공동체가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라는 걸 느꼈습니다.”(이 아무개, 서울특별시)
‘구림에서 만난 약무호남 시무국가’를 주제로 한 영암고택체험은 5월 30~31일(제2차), 6월 20~21일(제3차), 27~28일(제4차)로 이어진다. 고택체험은 7․8월 쉬고 9월 5~6일, 12~13일, 19~20일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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