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결이 달라지고, 계절은 가을로 접어든다. 가을을 맞아 전라남도가 문화와 예술, 산업이 어우러지는 축제 무대로 바뀌고 있다.
목포와 진도에서 열리고 있는 수묵비엔날레는 예술을 노래한다. 목포에서 열릴 미식산업박람회는 K-푸드의 확장을, 나주에서 열릴 국제농업박람회는 농생명 산업의 변화를 보여준다. 전남도가 올해 선보이는 메가 이벤트다. 주제와 무대는 각각 다르지만, 동선을 잘 짜면 문화와 예술, 산업을 두루 만날 수 있다.
9월 27일엔 전남 남해안선 철도가 개통된다. 목포 임성에서 보성까지 이동시간이 광주를 거쳐 2시간 넘게 걸리던 데서 1시간으로 줄어든다. 영암, 해남, 강진, 장흥 주민들도 철도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올가을 기차를 타고, 전남의 메가 이벤트를 찾으면 낭만까지 더해질 것이다.
한지의 번짐과 먹의 농담 변화 ‘변신은 무죄’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목포, 해남, 진도
메가 이벤트의 스타트는 국제수묵비엔날레가 끊었다. 10월 31일까지 목포·진도·해남 일원에서 열릴 ‘2025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한지 특유의 번짐과 먹의 농담이 특징인 수묵화가 다양한 재료를 만나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준다.
‘문명의 이웃들(Somewhere over the yellow sea)’을 주제로 20개국·지역 83명(팀)의 작가가 참여하고 있다. 전시는 목포 문화예술회관과 실내체육관, 진도 남도전통미술관과 소전미술관, 해남 땅끝순례문학관과 고산윤선도박물관 등에서 한다.
주전시관인 목포문화예술회관에는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형식의 수묵 작품이 전시됐다. ‘움직이는 수묵’으로 관람자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인터랙티브 미디어와 영상이 결합되고, 고정 화면이던 수묵이 움직임과 호흡을 하면서 예술로 변환된다.
일본의 콜렉티브 그룹 팀랩은 일본의 쓰나미를 작품으로 형상화한 ‘Memory of Waves(파도의 기억)’을 선보였다. 쉼 없이 몰아쳤다 사라지는 파도를 통해 수묵의 본질인 변화와 무상을 느낄 수 있다.
이란 출신으로 독일로 망명한 파라스투 포로우 하르는 자신의 경험을 아랍어로 캘리그라피를 썼다. 생소한 아랍어가 새나 나뭇잎처럼 보이지만 전쟁과 폭력, 가부장제 등 사회비판을 담고 있다.
베트남의 르피롱은 베트남전쟁 당시 고엽제가 뿌려진 지역의 흙을 담아 작품과 함께 전시했다. 일본 작가 사와무라 수미코는 동북 대지진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목포실내체육관에선 다양한 재료로 수묵화의 변신을 시도한 작품이 선보인다. 한자를 이미지화한 대형 작품을 그린 일본의 카키쿠마 쿠지는 먹이 아닌, 검정 테이프를 오려 붙였다. 수묵은 먹으로 한지에 그린다는 고정관념을 깬다.
폴란드의 프셰미스와프 야시엘스키는 공장 노동자의 삶을 설치 미술로 선보였다. 투명한 관에 먹물이 통과하면서 윤곽을 드러낸다. 황인기는 레고로 몽유도원도를 형상화한 ‘오래된 바람’을 선보였다. 붉은색과 분홍색의 레고 조각을 하나씩 붙여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한약봉지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한 전광영의 작품과 붉은 물감으로 대한민국의 역사를 형상화한 이세현의 작품도 볼만하다.
해남 고산윤선도박물관에선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과 그가 그린 ‘세마도’가 321년 만에 처음 공개됐다. 공재의 작업을 중심으로 ‘거장전’을 열어 조선 수묵의 정수를 복기한다. 땅끝순례문학관은 국내외 작가가 참여한 ‘붓의 향연’을 펼친다.
진도 소전미술관은 한국·중국·인도의 채색 수묵을 한 화면에 올려 동양 회화의 색채 감각을 확장한다. 남도전통미술관은 ‘채움과 비움: 여백의 미’로 한 획과 여백이 빚는 긴장감을 보여준다.
윤재갑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감독은 “전 세계에 200개 넘는 비엔날레가 있지만 모두 서양미술 영향력 아래 있다”면서 “아시아적 가치를 지닌 것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AI와 함께 생명 키우는 K-농업 체험 마당
2025국제농업박람회…나주
10월 23~29일 전남농업기술원 일원에서 열릴 ‘2025국제농업박람회’는 농업의 미래를 보여준다. ‘AI와 함께하는 농업혁신, 생명 키우는 K-농업’을 주제로 기후위기 시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면서 글로벌 농업 혁신을 주도하는 이벤트다. AI 기반 스마트팜, 농업 자동화 기술, 디지털 농업 솔루션을 통한 혁신 사례 등을 대거 선보인다.
농업과 첨단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관람객은 실제 자율주행 농기계와 인공지능 농업로봇의 작동을 볼 수 있다. 볏짚을 활용한 실물 조형물, 자연환경을 살린 배치 등은 농업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고 기술을 겹쳐 놓는다.
전시장은 상생마당전, 농업미래전, 농업산업전, 비즈니스전, 힐링치유전으로 운영된다. 글로벌 푸드테크와 애그테크, 디지털 농업 솔루션 등을 접목한 혁신적 미래농업의 비전을 제시하는 게 목표다. 농업용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 농기계, LED 광원을 활용한 에너지 절감 기술과 스마트팜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이 전시된다. 관람객이 AI기반 농업 자동화 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보는 전시’와는 다른 모습이다.
청년과 미래세대를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을 크게 늘린 것도 특징이다. 청년창농마켓을 통해 청년농부가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 ‘투자 IR포럼’을 통해 투자자와 창농기업 간 만남 기회도 마련한다. 청년창농마켓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장이 되고, 창농기업 투자와 컨설팅이 맞물리며 비즈니스로 전환시킨다.
K-농식품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비즈니스 행사도 연다. 15개 나라 해외 바이어 초청 수출 상담회와 국내 기업 간(B2B) 상담회, 품평회도 열어 농가의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2천800억 원 상당의 성과 달성이 목표다.
글로벌 농업기술 트렌드 공유를 위한 국제 학술대회도 마련한다. 푸드테크와 애그테크 산업, K-농업기술 수출 유통과 농업기계 고도화 등을 주제로 한다. 학술행사는 국내외 농업 전문가가 최신 농업기술 트렌드를 논의하고 교류하는 장이 될 것이다.
청소년과 어린이 대상 직업 체험, 단감 수확·볏짚 미로·곡물 아트 등 체험 프로그램은 미래세대의 참여를 끌어들인다. 반려가구를 위한 ‘반려문화 놀이터’까지 더해 가족 단위 방문도 유도한다.
박람회조직위원회 관계자는 “박람회를 공익적 가치와 첨단기술이 만나는 자리로 만들 계획”이라며 “농업이 산업·관광·교육과 맞물리는 현장형 박람회의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자연이 차린 식탁, 미식산업 미래 가늠한다
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목포
10월 1~26일 열릴 ‘2025남도국제미식산업박람회’는 우리 미식산업의 방향과 세계화 가능성을 가늠하는 행사로, 정부 승인을 받은 미식 주제 박람회다. 30년 가까이 남도음식 정체성을 다져온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국제행사로 격상된 것이다.
미식산업박람회는 목포 문화예술회관과 평화광장, 원도심 일원에서 열린다. 주제는 ‘자연이 차린 식탁, 남도; 지속 가능한 미식산업의 미래’다. 남도의 자연과 풍요로운 환경에서 길러낸 제철 식재료, 남도의 전통 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담았다. 남도의 풍부한 제철 식재료와 전통 조리 문화가 세계의 조리법, 미각과 버무려지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크게 주제관, 미식문화관, K-푸드 산업관으로 연출된다. 주제관은 ‘풍요와 생명의 땅에서 즐기는 남도미식’을 주제로 미디어아트와 퍼포먼스, 조리 체험 공간을 결합시킨다. 국내 처음 선보이는 ‘융복합 미식 체험 콘텐츠’다. 남도의 발효 문화와 미식 장인의 도구, 그리고 잔칫날 풍경을 미디어아트로 풀어낸다.
전남종가에서 내림으로 만들어 온 떡과 가양주, 전통 장류 등도 발길을 붙잡는다. (사)전라남도종가회(회장 박경중)가 지난 6월부터 전문가를 통해 종가의 내림 음식을 조사하고, 준비해 온 음식이다. 종가음식은 목포문화예술회관 조리 체험관에서 14∼19일 만날 수 있다.
미식문화관에서는 전남 22개 시군의 대표 음식과 남도미식 명인, 글로벌 셰프가 한데 모여 푸드쇼를 펼친다. K-푸드 산업관은 국내외 미식 관련 기업과 기관․단체의 판로 확대와 대중화를 위한 전시 및 마케팅 장이다.
경연과 파티도 흥미를 더해준다. 해외 13개국 셰프가 남도 제철 식재료로 자신만의 레시피를 펼치는 ‘글로벌 은둔 고수 경연’이 준비된다. 여러 나라 음식을 한자리에서 맛보는 ‘월드 미식 파티’, 남도미식과 연결한 ‘남도주류·세계김밥페스티벌’, 지속가능성을 테마로 한 푸드테크 전시관도 마련된다.
세계한식총연합회와 함께하는 ‘글로벌 한식포럼’은 해외시장 개척과 한식의 세계화·산업화를 의제로 삼는다. KOTRA와 협업해 열리는 수출상담회는 미식산업 종사자들에게 해외 판로 개척과 수출 확대를 위한 실질적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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