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천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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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꽃과 홍련 어우러진 담양 명옥헌원림

2021.08.23 12:29 입력

<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div align="justify"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천만에" src="/PEG/16296893454676.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 홍련과 배롱나무꽃이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div></td></tr></tbody></table><p> </p><p><span style="font-size: 12pt;">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不十年 花無十日紅)이라 했다. 아무리 막강한 권력도 10년 못 가고, 열흘 붉은 꽃도 없다는 말이다. </span><span style="font-size: 12pt;">하지만 진분홍 꽃으로 100일 동안 유혹하는 꽃이 있다. 꽃 한 송이가 100일 동안 활짝 피어있는 건 아니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되풀이한다. 배롱나무꽃이다.</span></p></div><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span style="font-size: 12pt;"> </span></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배롱나무꽃 핀 풍경은 명옥헌원림이 압권이다. 붉은 꽃너울이 누정 앞 연못에 비쳐 반영되는 풍경도 매혹적이다. <span style="font-size: 12pt;">하여, 여기 배롱나무꽃은 두 번 봐야 한다. 꽃이 활짝 피어 꽃너울을 이룰 때, 그리고 꽃잎이 떨어져 연못에 가득할 때다.</span></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명옥헌원림이다. 담양군 고서면 산덕리 후산마을에 있다. 감나무가 많은 마을이다. 백일홍, 봉숭아, 나리, 벌개미취가 형형색색으로 피어 이쁘다. 담장 위의 능소화, 계요등도 시선을 유혹한다. 꽃을 찾아다니는 나비들의 날갯짓이 유난히 부산하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은행나무 고목을 먼저 만난다. 이른바 ‘인조대왕 계마행(繫馬杏)’이다. 훗날 인조가 되는 능양군이 왕위에 오르기 전, 오희도(1583~1623)를 만나러 와서 말의 고삐를 맸다는 나무다. 당시 오동나무와 은행나무가 있었는데, 지금은 은행나무만 남았단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은행나무의 키가 30m, 둘레는 7∼8m에 이른다. 능양군에게 오희도를 추천한 사람이 월봉 고부천이다. 고부천은 호남창의군의 맹장 제봉 고경명의 손자다. 하지만 오희도는 능양군의 제안을 정중히 거절한다. 노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은행나무 오른편이 오희도의 생가 터다. 부근에 유허비도 세워져 있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b>물소리가 구슬 부딪히는 소리 같다</b></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명옥헌원림은 은행나무 고목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 골목의 끝자락에서 만나는 배롱나무 진분홍 꽃너울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여름 내내 100일 동안 붉은 꽃을 피운다고 ‘백일홍나무’ ‘목백일홍’으로 불리는 나무다. 벼가 익어 갈 무렵 붉은빛이 바래면서 쌀밥을 먹을 때가 된다고 ‘쌀밥나무’, 가지가 간지럼을 탄다고 ‘간지럼나무’로도 불린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진분홍 배롱나무꽃이 연분홍 홍련과 어우러져 있다. 땅속줄기인 연근은 논두렁을 뚫고 뻗어나갈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연이 나오면, 그 일대가 연밭으로 변하는 건 시간문제다. 명옥헌원림의 연못이 연밭으로 변해 있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배롱나무꽃은 연못에도 떠 있다. 꽃잎 사이로 비치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멋스럽다. 누정 옆으로 흐르는 작은 계곡에서 살랑거리는 꽃잎도 시적인 풍경이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명옥헌원림은 소쇄원과 함께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민간정원으로 꼽힌다. 오희도의 넷째 아들 오이정(1619~1655)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글을 읽은 별장이다. ‘맑은계곡(明谷)’이라는 호를 지닌 오희도는 광해군을 폐위시키고 인조를 왕으로 옹립한 인조반정의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원림은 오이정이, 아버지가 살던 곳에 조성했다. 우암 송시열이 그의 제자 오기석(1651~1702)을 아끼는 마음으로 ‘명옥헌(鳴玉軒)’이라 이름 짓고 계곡 바위에 새겼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구슬이 부딪히는 소리처럼 아름답다고 이름 붙였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오기석의 손자 오대경(1689~1761)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연못을 팠다. 네모난 연못 가운데에 둥그런 섬도 만들었다. 연못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에 누정을 지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을 얹었다. 주변에 적송과 배롱나무를 심었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누정과 아름드리 노송, 배롱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계곡물을 따라 판 연못과 연못 가운데의 둥근 섬까지 아주 자연스럽다. 정원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뒷산까지도 조화롭다. 자연경관을 그대로 빌려왔다. 차경(借景)이다. 자연에 순응하는 정원이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div align="justify"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천만에" src="/PEG/16296893729262.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누정에서 보는 정원이 황홀경이다.</div></td></tr></tbody></table><p> </p><p><b style="font-size: 12pt;">자연경관을 그대로 빌려 온 정원</b></p></div><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연못 주위에 소나무와 배롱나무를 장엄하게 포치하고,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시야를 끌어들임으로써 더없이 시원한 공간을 창출한 뛰어난 원림이다.” 유홍준도 <나의문화유산답사기>를 통해 극찬했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누정에 앉아서 보는 정원이 황홀경이다. 배롱나무 꽃너울과 연못, 노송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누정의 기둥과 방문 사이로 펼쳐지는 풍경도 한 폭의 그림이다. 연못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그림 속의 등장인물이 된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바람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도 들려온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명옥헌원림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돼 있다. 2011년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도 받았다. 아름다운 숲 대회는 생명의숲과 유한킴벌리, 산림청이 주관한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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