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동백, 그 중에서도 애기동백의 계절이다. 잎과 꽃, 나무가 작아 ‘애기동백’이다. 이파리가 찻잎과 비슷하다고 ‘산다화(山茶花)’로도 불린다. 동백꽃은 겨울에도 피지만, 일반적으로 이른 봄에 핀다. 애기동백은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핀다. 꽃이 늦게 핀다고 ‘늦동백’으로 통한다.
동백꽃은 봄에 통꽃으로 빨갛게 피었다가, 꽃봉오리를 통째 떨군다. 애기동백은 연한 붉은색이나 하얀색으로 장미처럼 활짝 피었다가 하나둘씩 꽃잎을 흩날린다. 나무 아래에 꽃잎이 쌓이는 풍경도 황홀경을 연출한다.
나무도 애기동백이 일반 동백보다 더 빨리 자란다. 꽃이 많이 달리고, 화려하다. 꽃도 오래 간다.애기동백은 추위에 약하다. 내륙에서 월동하기 쉽지 않다. 해풍과 염기에도 강해 바닷가에서도 잘 자란다. 제주도, 전남과 경남의 남해안에 많다.
애기동백 꽃이 활짝 피어 환상경을 연출하고 있는 섬으로 간다. 애기동백을 주제로 겨울 꽃축제가 열리고 있는 신안 압해도다. 주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송공산 남쪽 기슭의 천사섬 분재정원이다.
천사섬 분재정원에 애기동백나무 2만 그루가 심어져 있다. 꽃은 4000만 송이 가량 핀다. 애기동백으로 이어지는 꽃길도 3㎞ 남짓 된다. 애기동백이 분재, 조각작품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축제는 ‘1004섬 신안, 애기동백에 물들다’를 주제로 지난 12월 9일부터 시작됐다. 전망 좋은 곳에 포토존이 설치됐다. 새해 소망을 적어 내걸 수 있다. 내년 여름에 배달해주는 느린엽서도 쓸 수 있다. 꽃밭에서 작은 공연도 곁들여진다. 축제는 새해 1월 말까지 계속된다.
쇼나 조각과 어우러지는 분재정원
애기동백 꽃과 어우러진 분재정원도 멋스럽다. 주목, 소사나무, 금송, 동백 등 갖가지 분재가 바다를 배경으로 놓여 있다. 걸으면서 애기동백 꽃과 분재를 감상할 수 있는 섬 속의 예술공원이다.
분재정원은 해발 230m에서 아름다운 바다를 정원 삼아 자리하고 있다. 면적이 15만㎡. 쇼나 조각작품과도 함께 어우러진다.
쇼나 조각은 남아프리카의 그레이트 짐바브웨를 세운 쇼나족이 만든 조각작품을 가리킨다. 스케치나 밑그림 없이, 정과 망치로 돌을 쪼아내 표현한다. 정원에는 쇼나조각 300여 점이 애기동백, 분재와 한데 있다.
진귀하게 생긴 분재작품 700여 점은 정원의 본디 주인공이다. 눈길 끄는 분재가 많다. 2000년 됐다는 주목, 20억 원 상당의 주목도 분재로 만들어져 있다. 수령 350년 된 모양목, 수령 200년의 해송도 있다.
분재는 분경분재, 석부분재, 일반분재로 나뉜다. 분경분재는 자연경관을 그대로 축소해 분에 옮겨 만든 것을 말한다. 석부분재는 절벽의 돌에 붙어 자라난 노송이나 수목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분에 나무를 심어서 자연의 수형미를 재현한 것은 일반분재로 분류한다.
분재는 오랫동안 햇볕과 바람, 서리와 이슬을 맞으며 이뤄진 자태다. 낮은 자세로 봐야 분재 속에 담긴 의미를 볼 수 있다. 분재 앞에서 허리를 숙이면 분재를 볼 줄 아는 사람, 선 채로 입으로만 얘기하면 분재를 모르는 사람으로 나뉜다.
분재 앞에서 갖춰야 할 세 가지 예의 ‘분삼례’도 있다. 사람의 손길과 체온은 나무를 힘들게 하기에, 만지지 않아야 한다. 만든 이의 인격과 안목을 담고 있기에, 함부로 평가하지 않아야 한다. 생명예술을 다듬어 온 세월과 사랑 앞에서 가격을 묻지 않아야 한다.
분재정원이라고, 분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생태연못과 삼림욕장도 조성돼 있다. 분재학계의 거목 최병철 박사를 기념한 분재기념관도 있다.
한국화의 거장 우암 박용규 화백과 신안출신 화가들이 기증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저녁노을미술관도 있다. 미술관에서는 바다정원을 배경으로 차를 마시며 쉴 수도 있다.
내륙과 섬 이어주는 교통의 핵심
분재정원 앞, 송공리 앞바다에 노향림 시인의 ‘압해도’ 시비가 세워져 있다. ‘섬진강을 지나 영산강 지나서/ 가자 친구여/ 서해바다 그 푸른 꿈 지나/ 언제나 그리운 섬/ 압해도 압해도로 가자….’
송공 앞바다에는 지주식 김양식 시설도 지천이다. 김은 겨울에 생산한다. 물김을 채취하고, 수확한 물김을 수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수달장군 능창의 기념비도 있다. 1100여 년 전 서남해에서 활약한 해상영웅 능창을 기리는 비석이다. 해상전투에서 수달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였다고 ‘수달장군’이란 별칭이 붙었다.
압해도는 한자로 누를 압(押), 바다 해(海), 섬 도(島)를 쓴다. 낙지 다리가 세 방향으로 뻗어 바다를 누르는 지형을 하고 있다고 이름 붙었다. 낙지가 다리를 뻗은 곳답게, 낙지도 많이 난다.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갯벌의 무기질이 풍부하다.
압해도는 신안의 수많은 섬 가운데 가장 크다. 면적이 6390만㎡, 해안선이 190㎞나 된다. 주민도 5000명 넘게 살고 있다.
압해도는 지난 2008년 압해대교(1420m)로 목포와 연결됐다. 2013년엔 김대중대교(925m)로 무안과 연결됐다. 2019년에는 천사대교로 암태도와 연결돼 내륙과 섬을 이어주는 교통의 요지가 됐다. 나무다리로 연결된 섬 속의 섬 가란도 등 8개의 유인도와 70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신안군청의 소재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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