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에서 선입견을 갖고 살기 일쑤다. 여행지에 대해서도 매한가지다. 하지만 보란 듯이 선입견을 없애주는 절집이 있다. 화순 운주사와 장흥 보림사다.
절집을 생각하면 깊은 산속이 그려진다. 웅장한 대웅전도 떠오른다. 스님과 염주, 근엄한 불상과 정교한 석탑도 연상된다. 마음가짐도,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운주사와 보림사는 다르다.
두 절집의 거리도 한층 가까워졌다. 화순 도암면 용강리와 장흥 유치면 대천리를 이어주는 지방도 817호선이 확포장된 덕분이다.
소박하면서 아름다운 운주사
운주사의 석불과 석탑은 정형화되지 않았다. 골짜기와 산등성이, 바위 밑에 불쑥불쑥 서 있다. 흡사 겨울날 햇볕바라기를 나온 가족들처럼 무리 지어 있다. 한마디로 제멋대로다.
절집에 담장도 없다. 흔한 승탑(부도)도 찾을 수 없다. 대웅전도 으리으리하지 않다. 소박하고 아름다운 절집이다.
운주사에는 본디 천불천탑이 있었다고 전한다. 지금은 불상 80기, 석탑 17기가 남아있다. 생김새도 자유분방하다. 일정한 틀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모양도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그냥 올려놓은 것 같다. 제멋대로인 게 운주사 석탑과 석불의 매력이다.
운주사의 석탑과 석불은 어떤 열망으로 가득 찬 느낌을 준다. 역동적인 힘을 안겨준다. 운주사에서 ‘여럿이 함께’가 그려지는 이유다. 석탑과 석불 하나하나도 정겹지만, 이것들이 한데 있어서 더 아름답다. 우리 일상에서 사소한 것이 모여 큰 힘을 내는 것과 같다.
도선국사가 공사감독을 했다는 대웅전 뒤편 불사바위나 와불에서 절집을 내려다보는 풍광도 아름답다. 언제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는 절집이 운주사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절집이다.
선종을 대표하는 보물창고 보림사
보림사는 80∼90년대 많이 찾던 절집이다. 절집 앞으로 흐르는 계곡이 좋아 학생들의 수련회 장소로 인기였다. 장흥댐이 생기면서 우리의 관심에서 조금 비켜났다.
보림사는 평지에 들어선 가람이다. 860년경 신라 헌안왕 때 원표대사가 터를 잡았다고 알려져 있다. 선종을 대표하는 절집이다.
규모에 비해 귀한 유물이 많다. 대적광전 앞의 삼층석탑과 석등, 대적광전의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국보로 지정돼 있다. 보조선사 창성탑과 창성탑비, 목조 사천왕상, 동부도와 서부도, 전적류(책)가 보물이다. 석불입상 등 13점은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사천왕상은 우리나라 목조 사천왕상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1515년에 조각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각 수법도 빼어나다. 대적광전 앞에 2기의 탑과 석등은 통일신라시대의 전형적인 석탑이다.
대적광전의 불상도 진귀하다. 왼손의 검지를 오른손으로 감싸고 있는 철조 비로자나불 좌상이다. 858년 김수종의 시주로 쇠 2500근을 들여 만들었다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철불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대웅보전 뒤편에 있는 보조선사 창성탑과 창성탑비도 눈길을 끈다. 보조선사는 신라 때 보림사의 주지 지선스님을 가리킨다. 스님이 입적한 뒤 헌강왕이 ‘보조선사’ 시호를 내려줬다.
사철 푸른 비자나무 숲도 매혹적
절집을 둘러싸고 있는 비자나무 숲도 매력 있다. 수령 70년에서 400년까지 된 비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야생의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은 숲이다.
비자나무는 껍질이 흑갈색으로 길게 갈라진다. 잎은 납작하면서 약간 두껍다. 끝은 침처럼 날카롭게 생겼다. 잎의 끝부분을 손바닥에 대보면 딱딱하고 찌르는 느낌이 있다. 찌르지 않고 부드러우면 개비자나무로 구분된다.
꽃은 봄에 피고, 열매는 다음해 가을에 익는다. 아몬드와 비슷하게 생겼다. 조금 쓰면서도 떫은 맛을 지니고 있다. 옛날에 기생충을 없애는 구충제로 쓰였다. 지금은 기름으로 짜고, 식혜를 만드는 데에 쓰인다.
사철 푸른 비자나무 숲이 기분까지 좋게 해준다.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비자나무와 차나무가 어우러지는 숲길도 잘 단장돼 있다. 길지는 않지만, 절집 마당을 내려다보며 한 바퀴 돌 수 있다. 길 이름도 ‘청태전 티로드’로 붙여져 있다.
청태전은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1200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 발효차의 효시다. 찻잎을 따서 햇볕에 말리고 찧어서 만든다.
1년여의 발효과정을 거치면서 이끼처럼 짙푸르게 변한다고 청태전으로 이름 붙었다. 엽전 모양의 덩이처럼 생겼다고 ‘떡차’ ‘전차’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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