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청마 유치환이 정운 이영도에게 품었던 애틋한 연정처럼, 그리운 사람한테 향기 나는 편지를 쓰고 싶은 계절이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건, 분명 가슴 설레는 일이다. 의식이 살아 있다는 반증이고, 맥박이 뛰고 있다는 증표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청마 유치환을 기억하고, ‘행복’이란 시를 외우고 있는 건 시조시인으로 유명한 정운 이영도와의 애절한 러브스토리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답다고,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는 여자가 아름답다’는 고은의 시구를 읊조리면서 편지를 한 통 쓰고 싶은 마음이다.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달라고….
유치환이 이영도에게 애절한 마음을 담아 보냈던 손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우표박물관으로 간다. 우표박물관은 손편지의 기억을 더듬어 볼 수 있는 곳이다. 손편지에 붙였던, 우표의 모든 것을 다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우표박물관은 담양군 대전면 대치(한재), 대치성당 바로 옆에 있다.
문위우표에서 광복 1주년 기념우표까지
우표박물관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나온 우표란 우표는 다 볼 수 있다. 우표는 1840년 영국에서 처음 나왔다. 우리나라는 그보다 44년 뒤인 1884년 우정청에서 발행을 시작했다. 당시 화폐 단위였던 ‘문(文)’으로 표기된 문위우표가 최초다. 5문과 10문, 25문, 50문, 100문 5종을 찍었다. 5문, 10문 짜리 우표만 유통됐다. 나머지는, 그해 일어난 갑신정변으로 사용되지 못했다.
일제강점기엔 일본우표가 통용됐다. 해방과 함께 1946년 우리나라 최초의 기념우표가 나왔다. 그해 8월 광복1주년 기념우표는 봉황과 태극 문양으로 발행됐다.
대한민국 정부의 이름으로 우표가 공식 발행된 것은, 정부수립 직후인 1948년 8월이었다.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한 우표로 10원이었다. 초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는 5원이었다.
결핵퇴치 등 공공사업을 목적으로 덧붙이는 크리스마스실 같은 첨가우표도 있었다. 북한과 미얀마,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의 우표까지 다 볼 수 있는 곳이 담양우표박물관이다.
우표 한 장 때문에 외교갈등을 빚은 일도 있었다. 1954년 9월, 당시 일본정부가 특정 우편물의 수령을 거부하면서 시작된 갈등이다. 특정 우편물은 한국에서 오는 우편물 가운데 독도 풍경이 담긴 우표를 붙인 것을 가리킨다.
당시 독도우표는 모두 3종. 2환과 5환, 10환짜리가 있었다. 태극 문양에 ‘대한민국우정’이란 글귀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일본정부는 이 우표가 붙은 우편물만 골라서 돌려보냈다.
조그마한 네모 안에 들어있는 큰 세상
우표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우표에는 우리의 정치와 경제·사회·문화·역사가 다 담겨있다. 나라의 기념일도,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대회 개최 기간도, 자연환경도 담겨있다. 우표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알리는 수단으로 쓰였다.
우표에는 세상이 다 들어있었다. 조그마한 네모 안에 들어있는, 큰 세상이다. 조그마한 공간에 담아낸, 공간예술의 결정체가 우표다.
담양우표박물관은 이진하 관장이 만들었다. 오래 전부터 우표를 모아온 ‘우표수집 광’이었던 이 관장이 그동안 모은 우표집을 펼친 것이다. 이 관장은 그동안 모은 수백 권의 우표집을 창고에만 쌓아두고 있기 아까웠다.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전시공간을 꾸몄다. 정부가 아닌, 민간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박물관이 됐다.
우표박물관에서 손편지 쓰기 체험도 가능하다. 전시관 한쪽 책상에 예쁜 편지지와 봉투, 우편엽서가 비치돼 있다. 전시관을 둘러본 관람객들이 손글씨로 편지를 직접 써볼 수 있도록 놔둔 것이다. 박물관에 있는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나중에 집배원이 주소지로 배달해 준다.
영산강변 대숲, 한재초교 느티나무 고목
우표박물관에서 태목리 대숲이 가까이 있다. 제방을 따라서 습지와 여울을 함께 볼 수 있는 영산강변의 대숲이다.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물게 강변 퇴적층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대숲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한재초등학교에 수령 600년 된 느티나무도 있다. 나무의 둘레가 어른 예닐곱 명이 두 팔을 완전히 벌려야 감쌀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이 나무를 중심으로 한 학교숲이 생명의숲과 산림청이 주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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