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옛 영웅이 태어난 섬이다. 여기에 가거든 돈자랑·힘자랑하지 말라고 했던 섬이다. ‘지붕없는 미술관’ 고흥에 속한 섬, 거금도(居金島)다.
거금도에서는 독도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동경132 북위37 울릉도에 딸린 섬, ‘홀로아리랑’의 섬 독도가 아니다. 위도34 경도127 고흥군 금산면 거금도에 딸린 섬 독도와 마주한다. 독도는 고흥군 금산면 오천리에 속한다. 거금도와 시산도 사이에 떠있는 작은, 바윗덩어리 섬이다. 바다 가운데에 홀로 떠 있다고 ‘독도’로 이름 붙여져 있다.
독도라는 지명이 언제부터 쓰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울릉군 독도하고도 연관이 있다. 1882년 고종 때 울릉도감찰사 이규원이 조정에 올린 보고서다. ‘울릉도의 백성이 140여 명, 포구 가까이에 움막을 치고 살고 있다. 대부분 전라도사람(114명)이다. 흥양(고흥)사람이 가장 많은 94명이다. 이들은 봄에 울릉도에 와서 나무를 베어 배를 만들고, 미역을 따고 고기를 잡아 고향으로 돌아간다.’
고흥에선 전쟁용 배 건조를 위해 일반인의 소나무 벌목을 금지한 때다.
‘섬섬옥수’ 국내에서 10번째 큰 섬
거금도는 우리나라에서 10번째로 큰 섬이다. 당초 일곱 번째였는데, 다른 섬들이 간척을 통해 면적을 늘리는 바람에 뒤로 밀렸다. 행정구역은 고흥군 금산면에 속한다. 2008년 개통된 소록대교와 거금대교 덕분에, 지금은 자동차를 타고 드나들 수 있다.
거금도는 옛날에 큰 금맥이 있었다고 ‘거억금도(巨億金島)’라 불렸다. 지금도 진막금, 전막금, 욱금, 청석금, 고락금 등 ‘금(金)’자 들어가는 지명이 많이 남아 있다.
거금도는 돈자랑·힘자랑하지 말라는 섬이었다. 60∼70년대 수출용 김양식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거금도 사람들은 수확한 김을 전량 일본으로 수출했다. 일본에서도 ‘금산김’을 최고로 인정했다. 거금도에 살던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니던 시절이다.
고흥은 예부터 씨름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고흥에서도 힘깨나 쓰는 장사는 대부분 거금도 출신이었다. 프로레슬링 김일 선수도 씨름판을 누비다가 레슬러가 됐다. 90년대 민속씨름판을 호령하던 김종관 선수도 여기 출신이다.
‘박치기왕’ 김일은 그때 국민영웅이었다. 김일은 링에 오를 때마다 한국을 상징하는 호랑이와 갓, 담뱃대가 그려진 가운을 입었다. 김일이 사각의 링을 주름잡을 때,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궁지에 몰려 있다가, 막판에 박치기로 전세를 역전시킬 때면 어른아이할 것 없이 모두 얼싸안고 즐거워했다.
김일의 공적비가 거금도에 세워져 있다. 프로레슬링을 좋아했던 당시 대통령 박정희는 김일 선수를 가끔 청와대로 불러 격려했다. 그 자리에서 김일의 청탁을 받은 박정희가 거금도에 전기시설을 지시했다. 다른 섬은 말할 것도 없고, 육지보다도 먼저 70년대 초에 전기가 들어갔다.
거금도에 있는 체육관도 ‘김일체육관’으로 이름 붙여져 있다. 그 안에 김일기념관도 있다. 옛 김일의 박치기 장면도 흑백영상으로 볼 수 있다.
고운 모래 해변과 해안 풍광 ‘황홀경’
거금도는 해안도로를 따라 돌며 여행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거금대교를 건너서 만나는 금진항에서 신평항 쪽으로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명천마을과 청석마을, 소원동산 풍경이 발길을 오래 붙잡는다. 대취도, 소취도, 독도 등 자그마한 섬들 뒤로 시산도가 보인다. 멀리 수평선 위에 손죽도, 초도가 걸린 풍경도 멋스럽다.
거금도에 호젓한 해변도 있다. 27번국도 출발점인 오천항 인근에 몽돌해변이 있다. 서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금장해변과 익금해변을 지난다. 길은 연소해변과 고라금해변으로 이어진다. 맑고 푸른 바다와 파도, 고운 모래 가득한 백사장이다. 해변 소나무 숲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기에도 좋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은 적대봉을 찾으면 된다. 해발 592m로 고흥에서 팔영산(608m)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다. 사방을 둘러보며,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 풍경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적대봉으로 가는 길목에 생태숲도 있다. 구실잣밤나무 숲이 눈길을 끈다. 섬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짬이 나면 ‘미술의 섬’ 연홍도에 들어가도 좋다. 거금도에 딸린 섬 연홍도는 신양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금세 데려다준다. 완도 금당도의 비경을 만날 수 있는 유람선은 금진항에서 탄다.
소록도와 거금도를 이어주는 거금대교는 보기 드문 복층 형태의 다리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아래층에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소록도와 거금도를 오가는 기분도 색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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