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포몬당마을’이다. 쫑포는 뭐고, 몬당은 뭐지? 마을과 이어진 비탈 텃밭에서 만난 어르신한테 물어봤다.
“종포여, 종포마을. 발음을 씨게(세게) 해서 쫑포제. 몬당은 산동네를 말허고. 근디, 왜 물어보요?” “궁금해서요. 그냥 산동네라는 얘기네요.” “그 말인디, 쩌기 고소동에 비하믄 우리 동네는 산동네도 아녀. 작은 언덕이제.”
쫑포몬당마을은 여수시 종화동에 속한다. 종화동으로 불리기 전에 ‘종포’로 불렸다. 오래 전, 배가 드나드는 바닷가 포구였다. 종고산(鐘鼓山) 아래 포구라고 ‘종포’ ‘종개’, 새벽이 일찍 찾아오는 바닷가라고 ‘새벽개’로도 불렸다. 한자로 바뀌면서 ‘쇠북 종(鍾)’을 써 ‘종포’가 됐다.
예전 종포는 풍경이 빼어나지 않고, 별다른 볼거리가 없었다. ‘쫑포’로 불린 이유다. 촌스런 포구라는 의미로 낮춰 불렀다. 어감이 좋고 정겨워 입안에도 착 달라붙었다.
종포는 ‘표류기’로 알려진 핸드릭 하멜이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가는 배를 탄 곳이기도 하다. 바닷가에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풍차와 함께 하멜 전시관과 등대가 들어선 이유다.
몬당은 꼭대기를 가리키는 지역말이다. 가파른 언덕을 일컫는다. 산동네와 달동네의 다른 표현이다. 쫑포와 몬당은 향토색 물씬 묻어나는 말이다. 몇 해 전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쫑포몬당마을’로 이름 붙였다.
모든 길은 자산공원으로 통하는 골목
‘쫑포’로 통하는 종화마을 골목은 모두 자산공원으로 연결된다. 자산공원은 해발 108미터에 이른다. 여수바다를 내려다보며 마을 골목과 숲길을 따라 간다. 차를 타고 가는 도로도 있다.
공원으로 가는 숲길과 도로변에 아기단풍나무가 빼곡하다. 늦가을이면 형형색색 물들어 환상경을 연출한다. 해마다 한반도의 마지막 단풍을 장식한다.
절집 관음사와 보현사도 자산공원으로 가는 길에 만난다. 태고종 관음사는 숲길에 자리하고 있다. 숲과 어우러진 전각이 더욱 멋스럽다. 조계종 보현사는 마을과 한데 있다. 깊은 산중에서 만나는 우람한 절집과 달리, 분위기 소박하다. ‘우리 절집’ 느낌으로 편안하게 다가온다. 숲에서 맞는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당숲도 오붓하다.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비는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당산나무로 숲을 이루고, 그 숲이 산을 덮었다. 보기 드문 당숲이다. 당산제는 20여 년 전까지 음력 정월 초하루에 지냈다. 제는 상당제와 하당제, 용왕제 순으로 진행됐다. 지금은 지내지 않는다. 당산제는 여전히 종포마을 사람들의 자긍심으로 남아 있다.
숲길 끝에서 만나는 충무정은 여수바다 조망지점이다. 활을 쏘는 잔디마당 옆으로 거북선대교가 보인다. 자산공원과 돌산도를 이어주는 해상케이블카도 부산히 오간다. ‘두말하면 잔소리’인 여수바다 풍경이다.
시대 아픔 겪은 사람 보듬어 준 종포
자산공원은 자산 정상에 자리하고 있다. 해가 뜰 때면 산봉우리가 붉게 물든다고 ‘자산’(紫山)이다. 여수에서 가장 오래된 공원이다. 공원의 전형인 팔각정이 있고, 산책로도 잘 만들어져 있다.
이순신 동상과 임진왜란 때 싸운 수군 위령탑이 세워져 있다. 높이 15미터 동상은 1967년 제1회 진남제 때 제막됐다. 나라 지킨 유공자 기념탑, 충혼탑도 있다. 거북선 모양의 해상교통 관제센터도 눈길을 끈다. 여수항과 광양항을 드나드는 배가 안전하게 오가도록 이끌어 준다.
관제센터 전망대에 오르면 오동도 주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기억을 단번에 떠올려 준다. 그사이 강산은 여러 번 바뀌었지만, 오동도 풍광은 여전히 빼어나다. 탁 트인 전망도 마음속 깊은 데까지 시원하게 해준다.
관제센터 아래 일출정은 오동도 전망대다. 1998년 지어진 정자는 바다를 조망하고 해맞이를 하기에 맞춤이다. 많은 사람들의 소원도 간직하고 있다. 가족과 연인의 소망을 담은 소원패가 정자 난간과 나무에 주렁주렁 걸려 있다.
일제강점기 종포엔 어업을 목적으로 건너온 일본 이민단이 눌러앉았다. 터널과 철길 만드는 일에 동원된 중국인도 살았다. 광복 뒤엔 고국으로 돌아온 징용인이 많았다. 여순사건 때엔 집을 잃은 사람들이, 한국전쟁 땐 피난민이 모여 살기도 했다. 시대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을 다 보듬어줬다.
종포는 화려한 여수에서 가장 소외된 마을이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새뜰마을 만들기를 한 이유다.
마을 빈터에 쌈지공원을 만들었다. 건물 지붕을 교체하고, 창문틀을 바꿨다. 그동안 방치된 공간과 문화, 이야기를 갖고 마을 이야기도 꾸몄다. 골목길 여행지도를 만들고, 마을기업 대여카페도 만들었다. 태 자리를 떠난 젊은이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나브로 마을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해양공원 이은 또 하나 여수명물 기대
바닷가 종포해양공원은 여수밤바다의 주무대다. 공원은 2001년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이 만들었다. 젊은이는 물론 외지인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민과 여행객 모두의 휴식 공간이다. 자연스레 ‘여수밤바다’를 대표하는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여수밤바다의 활력을 ‘몬당’까지 끌어올리는 일이 관건이다. 쫑포몬당마을이 고소동 천사마을에 견줄만한 또 하나의 여수 명물로 자리매김할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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