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 신전면에 사는 중증장애인 박 아무개(42) 씨. 70대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그는 얼마 전 의료수급자로 지정되면서 의료비를 지원받게 됐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는 그에겐 큰 힘이 되고 있다.
#5살 손녀를 키우는 김 아무개 씨 부부도 최근 가정위탁 세대로 지정되면서 양육보조금과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다. 갓난아이 때부터 키워왔지만 그간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가정위탁 지원 제도’가 있는 줄 몰랐던 탓이었다.
#노해마을에 사는 이 아무개(73) 어르신은 혼자 생활하고 있다. 5년 전 부인과 사별 후 공사장과 농사 품팔이를 하며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최근 생계·의료 수급자로 지정됐다.
위기 가구 254가구 311명 찾아내
강진군 신전면이 ‘복지인구 총조사’를 통해 발굴한 사례 중 일부다. 신전면의 복지인구 총조사는 신전면행정복지센터가 복지사각 지대에 놓인 주민을 찾기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올 7월까지 전 면민(1005세대, 1670명)을 전수 조사한 사업이다.
신전면은 총조사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 109가구 166명과 위기가구 254가구 311명을 찾아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실직·폐업·질병·부상 등으로 인한 긴급 지원이 필요한 35가구 46명에게 9095만 원을 긴급 지원하고, 2가구는 전남사회서비스원의 긴급 돌봄 지원을 요청했다. 가정위탁 세대도 3가구나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강진군의 주민 복지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지역사회 복지의 새장을 열었다’는 극찬을 받은 이유다. 유사한 사례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졌다. 전국에서 신전면이 처음이었다. 모범사례로 전국에 알려도 손색이 없겠다.
이뿐만 아니다. 223가구가 수도요금 50% 감면, 302가구가 전기요금 감면, 어르신 856명이 휴대전화 요금을 감면받는 성과를 올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전면 주민 대부분(996가구 1644명)을 맞춤형 급여 안내를 받을 수 있는 ‘복지멤버십’에 등록했다. 복지멤버십은 생애주기별로 83종의 복지혜택을 알려주는 서비스다.
“우리나라 복지는 신청주의입니다. 신청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혜택을 받아야 할 주민인데도 받지 못한 주민이 너무 많아요. 몰라서 신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조건이 완화된 요인도 있죠. 예전엔 자격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자격이 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어르신들이 예전 기억 때문에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은 거예요.”
신전면 행정복지센터 유현준 주무관의 설명이다. 유 주무관은 몰라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복지포털 ‘복지로’의 급여안내(복지멤버십) 서비스를 가입해 줄 것을 주문했다.
지역사회 주민복지 새 장 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실질적인 혜택이 줄어들더라고요. 안타깝죠.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했죠. 힘겹게 생활하는 주민과 어르신들을 위해 무슨 일이든지 해야 했어요.”
유현준 주무관의 얘기다. 유 주무관이 ‘신전면 복지인구 총조사’를 기획하고 시작한 이유다.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를 뒤로하고, 우선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시범 지역으로 수양리(수양·삼인·봉양마을)를 선택했다. 조사 대상은 186세대 322명이었다. 이장과 마을 부녀회에 도움을 청했다. 기초 조사를 바탕으로 거주 여부와 소득, 재산, 금융자산, 부채 등을 꼼꼼하게 파악했다. 유 주무관이 현장 조사를 맡고, 윤채영 실무관이 기록 정리과 데이터 입력 작업을 맡았다.
조사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기초생활수급자부터 차상위계층, 중증장애인과 장기입원자 구제에 이르기까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31가구 48명의 주민을 찾아냈다. 예상 밖의 성과였다. 시범 사업만으로 ‘지역의 복지서비스를 전면 재정비하는 대담한 시도’라는 극찬이 이어졌다.
여세를 몰아 본 사업을 시작했다. 새해 시무식을 마치고 곧바로 신전면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수양리를 제외한 18개 자연마을(819세대, 1348명)을 고비샅샅 훑었다. 집으로 경로당으로 들녘으로 주민을 찾아다녔다. 7개월 동안 되풀이한 일상이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상담을 거부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아 애를 먹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을 위한 자녀의 동의 절차도 쉽지 않았다. 자녀들과 통화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받기도 했다.
“신전면 이장단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우리동네복지기동대, 재가복지센터, 그리고 윤채영 선생의 도움이 없었으면 못 했을 거예요.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고마운 말씀 전합니다.”
유 주무관의 전언이다. 하반기에는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전기요금·휴대전화·상하수도 요금 감면에 집중했다. 한전 고객번호와 휴대전화 통신사를 확인하는 데 애를 먹었지만, 주민이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란 생각에 뿌듯하고 행복했다. 가정위탁 세대 3가구를 찾은 것과 장애 등록이 안 된 주민을 긴급 구제했던 일은 어제 일처럼 또렷하다.
“발령받아 다른 지역으로 가면 그곳에서도 해보려고요. ”
유현준 주무관의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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