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운동의 흔적이 짙게 배인 곳을 찾아간다. 우리 선조들의 뜨거운 함성과 눈물이 배어있는 섬 ‘항일의 섬’ 완도 소안도다. 소안도는 완도 본섬에서 남쪽으로 떨어져 있다. 일제에 의해 불령선인(不逞鮮人)으로 분류된 섬사람이 800명이었다.
불령선인은 불온하고 불량한 조선사람, 즉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자기네 말을 따르지 않는 한국 사람을 그렇게 불렀다.
지금은 우리 정부로부터 애국지사, 독립운동 지도자로 인정받은 사람이 89명이나 된다. 그 가운데서도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가 20명이다. 섬주민들은 1년 365일,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고 있다. 섬에 살고 있는 주민은 현재 3000명 남짓이다.
토지반환투쟁 승리, 소안학교 설립
소안도는 함경도 북청, 부산 동래와 함께 손에 꼽히는 항일의 고장이다. 소안도 주민들은 맹선리 짝지에 막사를 짓고 고기를 잡던 일본인들을 쫓아냈다. 1886년이었다. 동학농민혁명 때엔 섬에 접장을 따로 뒀다. 동학의 지도자 이강욱 나민홍 등 7명이 섬에서 죽임을 당했다. 관군에 의해서였다.
1909년엔 소안도 주민들이 당사도(자지도)등대를 습격했다. 일본이 우리의 수산물과 쌀 면화 등을 수탈해 갈 목적으로 세운 등대였다. 주민들은 등대를 지키던 일본인 간수 4명을 처단하고 등대를 부숴버렸다.
대한제국의 통치권을 일본에 빼앗긴 한일병합(1910. 8. 29.) 이후 소안도의 항일은 더욱 거셌다. 한일병합 이전부터 친일파 이기용과의 토지소유권 반환요구 투쟁에서 승리했다. 투쟁은 1921년까지 13년 동안 이어졌다.
1913년엔 섬에 신식 교육기관인 중화학원을 설립했다. 비밀 항일단체와 배달청년회도 결성했다. 1919년 만세운동도 완도읍 장날인 3월 15일 펼쳤다. 소안도 주민 송래호 정남국 등이 주도했다.
사립 소안학교 설립과 강제 폐교도 겪었다. 토지 싸움에서 이긴 주민들은 ‘배움만이 살길이고, 항일의 길’이라며 사립 소안학교를 설립했다. 성금 1만454원(1억 원 상당)을 모금, 1923년 소안학교를 세우고 학생 270명으로 개교를 했다.
당시 소안도에는 일본인이 세운 공립학교가 있었다. 거기에는 일본군무원 자녀 등 30여 명이 다녔다. 반면 소안학교에는 완도 해남은 물론 멀리 제주에서까지 학생들이 유학을 왔다.
소안학교는 일제의 눈에 가시였다. 일제는 학교를 강제 폐교시켰다. 국경일에 일장기를 달지 않는다, 국상에도 상장(喪章)을 붙이지 않는다, 독립운동가를 양성하는 학교라는 등의 이유였다.
정신적 지주였던 소안학교가 강제 폐교되자 소안도 사람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섬주민 1000가구 가운데 80%(800가구)가 복교운동을 벌였다. 일제로부터 보안감시 대상인 ‘불량한 조선사람’으로 분리됐다. 온갖 감시와 고초를 겪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끌려가 감옥에 갇혔다. 남은 사람들이 감옥에 갇힌 이웃을 생각하며 한겨울에도 이불을 덮지 않은 채 고통을 함께 했다.
일제에 부역한 이들에게는 불씨도 나눠주지 않았다. 경찰과는 말도 하지 않았다. 이른바 ‘불언동맹’을 실천했다.
소안도 사람들의 항일정신을 엿볼 수 있는 기념관이 가학리에 있다. 일제 때 섬사람들의 정신이 오롯이 밴 사립 소안학교가 있던 자리다. 기념관에는 정부로부터 독립유공자 서훈을 받은 20명의 흉상과 독립운동가들의 존영이 모셔져 있다. 일제강점기 애국애족 정신이 깃든 승리기념탑도 있다.
미라리·맹선리 상록수림 천연기념물
소안도에 깊게 스며있는 항일정신 못지않게, 섬의 풍광도 빼어나다. 미라리와 맹선리 상록수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갯돌해변과 어우러진 미라리 상록수림은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생달나무,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맹선리에는 수령 200∼300년 된 후박나무가 해안선을 따라 방풍림을 형성하고 있다. 마을을 보호하며 풍광까지 아름답게 해주는 숲이다.
대봉산 동쪽을 끼고 도는 북암과 비자리를 잇는 둘레길도 다소곳하다. 소안도가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면서 단장된 길이다. 사람의 손으로 직접 돌을 다듬고 흙을 다졌다. ‘항일의 섬’소안도의 또 다른 매력이다.
소안도로 가는 배는 완도 화흥포항에서 탄다. 하루 10차례 운항한다. 도선의 이름도 ‘대한민국만세’에서 딴 대한호, 민국호, 만세호이다. 아침 6시50분 첫배를 시작으로 오전 8시, 9시10분, 10시20분… 1시간 1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소안도까지 50여 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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