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스테이’. 케이블 텔레비전 tvN의 예능 프로그램 제목이다. 외국인들이 한옥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우리 전통의 멋과 맛을 체험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윤여정·이서진·정유미·박서준 등이 출연한다.
‘윤스테이’가 첫 전파를 탄 게 지난 1월 초였다.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중심은 영화 ‘미나리’로 미국을 흔든 배우 윤여정도, ‘꽃보다 할배’의 짐꾼 이서진도 아니었다. 배경무대로 나온 쌍산재(雙山齋)였다. 촬영장소로 활용된 쌍산재는 섬진강변, 지리산 자락 구례에 있는 고택이다.
‘윤스테이’ 촬영에 따른 뒷정리를 하느라 그동안 문을 닫았던 쌍산재가 최근 다시 문을 열었다.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쌍산재를 찾았다. 섬진강변의 매화, 지리산 자락의 산수유꽃을 보러온 나들이객들이었다.
쌍산재는 개인이 만들고 가꾼 아름다운 공간이지만, 전남도가 2018년 민간정원으로 지정하면서 정원관광의 중심으로 거듭난 곳이다.
장수마을 상징 당몰샘과 하나된 집
쌍산재는 오래된 집, 고택이다. 200년이 넘은 종갓집이다. 예스런 건축물이 다양한 나무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정원이 아름답고, 분위기도 고즈넉하다. 그 집이 넓은 정원에 감춰져 있어 시크릿 가든, 비밀의 정원으로 불린다.
쌍산재는 구례읍에서 하동 방면으로 화엄사 입구 삼거리를 지나서 왼편, 구례군 마산면 사도리 상사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지리산을 끼고 있는 구례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장수고장으로 꼽힌다. 상사마을은 구례를 대표하는 장수마을에 속한다. 쌍산재는 장수마을의 상징이 된 당몰샘과 한몸으로 이뤄져 있다.
당몰샘이 만들어진 게 1000년이 넘었다고 전한다. 지독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았다. 수량이 일정하고, 맛도 좋았다. 당몰샘이 장수마을로 만들어 준 공신이다. 지리산 자락의 약초 뿌리가 녹아 흘러든 물이어서 영험하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웃마을은 물론이고 순천과 여수, 남원사람들까지도 물을 받아 간다.
당몰샘은 본디 쌍산재에 속한, 쌍산재의 샘이었다. 마을사람들을 배려한 쌍산재 주인의 마음 씀씀이가 배어있다.
물을 받는다고 집안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집주인의 눈치도 보는 것 같아 집밖으로 뺐다. 집안의 담장을 쌓으면서, 담밖으로 당몰샘을 뺀 것이다. 지금도 쌍산재의 주인이 수시로 샘을 청소하며 관리하고 있다.
집안에서도 안 보이는 비밀의 정원
쌍산재는 당몰샘을 오른편에 두고 안으로 들어간다. 대문도, 양반집치곤 좁고 소박한 편이다.
대문을 들어가면 오른쪽으로 아담한 마당이 있다. 마당을 둘러싸고 사랑채와 안채, 바깥채, 사당 그리고 장독대가 자리하고 있다. 왼편으로는 관리동과 별채, 호서정이 배치돼 있다.
쌍산재가 자랑하는 비밀의 정원은 여기에서 보이지 않는다. 안채와 별채 사이 장독대 옆, 대숲 사이로 난 돌계단을 따라가서 만난다. 돌계단 양쪽으로 대나무가 쭉쭉 뻗어있고, 아래에는 차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길이 동백나무 터널과 이어진다. ‘윤스테이’ 시청자들이 가장 감탄했던 길이고, 풍경이다.
대숲과 동백숲으로 어둑어둑한, 좁은 돌계단을 따라 한 계단씩 오르면 봄햇살이 양탄자처럼 깔린 넓은 잔디밭을 만난다. 잔디밭을 앞에 두고 서당채와 경암당, 연못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가 쌍산재의 비밀 정원이다.
밖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대문 안에 들어와서도 짐작할 수 없는 정원이다.
경암당 옆으로 난 영벽문을 열면 지리산이 품은 사도저수지가 다소곳이 들어앉아 있다. 이 저수지까지도 품에 안을 수 있는 게 쌍산재의 큰 장점이다. 쌍산재의 면적이 1만6500㎡ 남짓 된다.
쌍산재는 두 영역으로 나뉜다. 대문을 들어가자마자 만나는 안채와 바깥채, 사랑채를 중심으로 한 곳이 여성의 영역이다. 대숲과 동백숲 사이로 난 돌계단을 올라서 만나는 쌍산재 주변 공간이 남성의 영역이다. 두 영역이 완전히 다른 풍광으로 펼쳐지는 게 쌍산재의 특징이고 매력이다.
이 집이 10여 년 전부터 한옥체험장으로 운영돼 왔다. 지난해 가을부터 준비를 해서 겨울 동안에 ‘윤스테이’를 촬영했다.
안채에 딸린 ‘나눔의 뒤주’도 눈길
쌍산재는 200여 년 전, 지금 이 집에서 살고있는 오경영 씨의 6대조 할아버지가 터를 잡았다고 전한다. 오 씨의 고조부가 집안에 서당을 짓고, 자신의 호를 따서 ‘쌍산재’라 이름 붙였다. 주인장 오 씨는 “선조들이 책을 가까이 하면서 검소하게 살았고, 화목을 가훈으로 삼은 가풍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집”이라고 쌍산재를 소개했다.
그 때문일까. 쌍산재는 목이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양반집이 결코 아니다. 양반집이지만, 소박한 여염집 같은 느낌을 준다. 찾는 사람들한테 부담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정겨움을 안겨주는 이유다.
쌍산재에 특별한 뒤주도 있다. 운조루의 ‘타인능해(他人能解)’ 뒤주처럼, 나눔의 뒤주다. 안채에 딸려 있다.
묵은 곡식이 다 떨어지고, 햇곡식은 아직 익지 않아서 식량이 부족하던 춘궁기 때나 봄엔 보리나 밀을, 가을엔 쌀을 뒤주에 채워두고 어려운 이웃들이 필요한 만큼 가져가도록 했다.
궁할 때 먼저 가져가서 먹고, 나중에 다시 채워두도록 한 것이다. 쌍산재 주인장의 마음 씀씀이가 배어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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