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 차림의 노동자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들어선다. 안내데스크에서 간단한 등록 카드를 작성한 후 날파람스레 기초검사실로 향한다. 혈압을 재고 혈당과 폐활량도 체크한다. 체지방을 측정하는 ‘인바디’에 올라서기도 한다.
건강상담실에선 검진 결과를 두고 상담이 한창이다. 모두 진지한 표정이다. 병원에서 하는 건강검진과 다를 바 없다. 근골격계질환상담실에선 매트에 너부시 앉은 이들이 스트레칭 삼매경에 빠졌다.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질 않는지 여기저기서 깊은 탄식이 쏟아진다.
대불국가산업단지 중심에 있는 ‘전남서부근로자건강센터(근로자건강센터)’의 점심시간 모습이다. 전남서부지역 9개 시·군(영암·해남·강진·장흥·완도·목포·무안·진도·신안)의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업무상 질병을 예방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건강 위험 요인을 사전에 없애 산업재해를 막는 게 핵심 역할이다.
지난 7월에 문을 열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사)한국직업건강간호협회가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전라남도와 영암군도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남서부지역 노동자 건강 파수꾼
건강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답게 인적구성이 탄탄하다. 전문의와 간호사, 산업위생관리사, 심리상담사, 물리치료사 등이 포진해 있다. 모두 분야별 전문가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베테랑들이다.
질병 예방프로그램도 알차다.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성분, 스트레스 검사 등을 통해 성인병 요인 인자를 찾아내 해소하는 기초검사에서부터 근골격계질환과 뇌심혈관 질환 예방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직무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심리상담과 작업환경·생활습관 개선 등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건강진단 결과에 따른 사후 관리도 근로자건강센터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금연·절주 프로그램에 현장방문 건강검사, 이동 상담 등의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 프로그램은 노동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직종에 상관없다. 아르바이트, 일용직노동자, 공공근로, 도로청소원, 외국인노동자, 불법체류자도 차별하지 않는다. 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의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건강 관련 전문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혜택이 무료라는 사실이다. 이용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예약하면 문 닫는 시간을 조절하기도 한다.
“전남서부지역에는 4만여 사업장이 있습니다. 대부분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으로 노동자만 20여만 명에 달합니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대기업 노동자와는 달리 작업환경이 열악하고, 경제·시간적 제약 등으로 적절한 건강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권에서도 차별받고 있는 셈이죠.”
근로자건강센터 장광심 부센터장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짙게 배었다.
노동자 건강해야 생산성 높아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들이 내가 일하는 회사까지 찾아와서 내 건강까지 살펴주니까 너무 좋죠.”
목포 연산주공아파트에서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한 어르신의 말이다. 근로자건강센터의 차별화된 질병예방 프로그램은 센터 안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의 근무 공간인 사업장에서도 누릴수 있다. 근로자건강센터가 노동자를 찾아 나서는 덕분이다. 시간을 빼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한 배려다.
조선업이나 건설업뿐만 아니라 아파트관리사무소, 택시회사 등 60여 사업장과 ‘건강파트너 협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개인별 관리프로그램(금연, 비만, 영양, 운동, 스트레스관리)은 물론, 직종·사업장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노동자 83%가 앓고 있다는 수근관증후군, 요통 등 근골격계질환 예방 교육도 한다. 현재 1100명의 노동자가 근로자건강센터의 관리를 받고 있다.
“사업주의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대불산단 A업체의 경우 건강파트너 협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직원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는데 다른 업체보다 특수건강검진결과가 정말 좋습니다. 이는 산업재해 확률이 낮은 반면 생산성은 높다는 것을 방증하죠. 사업주는 비용 한 푼 들이지 않고 ‘직원의 건강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과 진배없죠.”
노동자가 건강해야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장 부센터장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사업주가 직원 건강권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근로자건강센터는 노동자의 질병예방뿐만 아니라 사업장의 의무인 산업안전 교육도 해준다. 역시 무료다.
“제도권에 속한 필수노동자들의 건강권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청소업무를 담당하는 분, 시설관리원, 하수종말처리장 등에서 일하는 분들을 더욱 신경 쓸 예정입니다. 지자체와 사업주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장 부센터장이 말하는 전남서부근로자건강센터의 또 하나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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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건강노트에서는 혈압, 혈당, 체중, 체성분, 콜레스테롤 등 나의 건강 정보 이력부터 근로자건강센터 방문예약, 건강 상담, 직업건강정보 등 다양한 기능을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전남서부권 노동자 2600명이 나의 건강노트를 통해 건강 상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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