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백사장을 달린다. 그것도 두 발이 아닌, 차를 타고 달린다. 자동차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릴 수 있는 명사십리 해변이다. 신안 비금도에 있다. 자동차를 타고 백사장을 달리는 기분이 짜릿하다. 아스팔트와는 비교할 수 없다. 바닷바람 시원하고, 시야도 탁 트여 후련하다. 배경도 이국적이다. 풍력발전기가 줄지어 서 있다.
백사장을 걷는 것도, 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도 한 편의 화보가 된다. 음악을 들으며 달리면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찍는 것 같다. 찾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해변을 독차지하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다.
해변의 해지는 모습도 황홀하다. 해는 풍력발전기 옆, 수평선 끄트머리로 넘어간다. 하늘도, 구름도, 바다도 온통 시뻘겋게 물든다. 노을과 일몰 풍경도 환상적인 비금도 명사십리 해변이다.
비금도에 하트해변(하누넘해수욕장)도 있다. 해변의 모양이 완벽한 하트를 이룬다. 바닷물이 빠지면 모래사장이 하트를 이룬다. 바닷물이 드는 밀물 때엔 바닷물로 하트가 채워진다.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면 사랑이 이뤄지고, 사랑하는 사람과 가면 사랑이 깊어진다는 해변이다. 혼자서 가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곳이다.
하트 해변을 끼고 돌아가는 길도 단아하다. 해변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 풍경도 멋스럽다. 하트해변은 하트 조형물이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게 일반적이다. 여행객들은 여기서 두 팔과 두 손으로 하트모양을 그리며 사진을 찍는다. 생각만으로도 낭만적인 해변이다.
하트해변에서 가까운 데에 우실도 있다. 섬에서 만나는 바람막이용 돌담이다. 내촌마을의 돌담과 우실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선왕산(255m)과 그림산(226m)에서 내려다보는 풍광도 아름답다. 발아래로 펼쳐지는 다도해 풍광이 한 폭의 그림이다. 선왕산과 그림산을 잇는 능선 길이 5㎞ 남짓 된다. 바위산인 떡메산에서는 비금도의 염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비금도의 염전도 특별하다. 우리나라의 첫 번째 갯벌 천일염전이다. 우리나라에서 천일염 생산이 시작된 건 광복 직후, 평양에서 천일염 생산기술을 배운 박삼만이 손봉훈과 함께 염전을 조성한 게 처음이다. 그 전엔 바닷물을 가마솥에 넣고 장작불로 끓이고 증발시켜 자염(煮鹽)을 만들었다.
박삼만과 손봉훈은 1946년 3월 지게로 돌과 흙을 옮기고, 갯벌을 막아 염전을 만들었다. 수림리 앞 갯벌에서다. 구림염전이다. 우리나라의 시조염전(1호염전)이다.
그 모습을 지켜본 주민 450여 명이 팔을 걷고 나서 1948년 염전조합을 결성하고, 100㏊의 염전을 조성했다. 대동염전이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비금도, 나아가 신안을 천일염의 고장으로 만든 사람이 박삼만이다. 비금도의 가산선착장에 수차를 돌리고 있는 그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의 태 자리도 비금도다. 이세돌을 기념하는 바둑박물관도 명사십리 해변 옆에 있다.
마을이 온통 파랗게 색칠된 지남마을
비금도는 도초도와 한 묶음으로 엮인다. 비금도와 도초도는 서남문대교로 연결돼 있다.
도초도에 ‘파란나라’ 지남마을이 있다. 마을의 건물 지붕과 벽면이 모두 파랗게 색칠돼 있다. 반월․박지도를 보라색으로, 병풍도를 빨갛게, 선도를 노랗게 채색한 신안군의 컬러 마케팅의 하나다.
팽나무 760여 그루가 만들어낸 ‘환상의 정원’과 50만 그루의 수국이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수국정원,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자산어보’의 세트장도 도초도에 있다. ‘자산어보’는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흑산도 유배시절에 쓴 어류학서를 주제로 한 영화다. 영화의 주무대인 정약전의 초가가 여기에 지어져 있다.
흑백으로 찍은 영화 속 장면과 총천연색의 현장을 비교하는 재미 쏠쏠하다. 우물이 있는 마당에서, 초가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도 액자 속 그림처럼 아름답다.
시목해변도 멋스럽다. 산이 병풍처럼 삼면을 둘러싼 사이에, 오목하게 들어앉아 있다. 쪽빛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백사장이 2.5㎞에 이른다.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다도해 덕분에 물결도 잔잔하다. 해수욕을 즐기기에 맞춤이다.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해송 숲 사이로 난 산책로도 멋스럽다. 솔숲 오토캠핑장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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