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났어. 소록도 시대는 이제 지났어. 행복 있게 살았어요. 저기에서 아주 좋았어.”
얼마 전 세상을 뜬 마가렛 피세렉이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마가렛과 마리안느는 20대에 소록도에 들어와 70대까지 43년간 머물렀다. 소록도 한센인들은 그들을 ‘전라도 할매’라 불렀다. 그들이 소록도 천사였다. 천사가 있다면 틀림없이 ‘전라도 할매’를 보고 질투를 했을 것이다.
천사보다 더 천사 같은 두 천사가 소록도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62년부터다. 그리고 2005년 43년간 간호사로 봉사하다 편지 한 장을 남기고 홀연히 고향 집으로 돌아갔다.
마리안느 스퇴거는 1934년 오스트리아의 마트라이에서, 마가렛 피세렉은 1935년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에서 태어났다. 마가렛은 10세에 오스트리아로 이주한 후 아버지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간호견습생으로 한 살이 더 많은 마리안느를 만난다. 둘은 그리스도 왕 시녀회에서 활동한다.
마리안느는 1962년 광주교구청 헨리 대주교와 5년 계약으로 소록도와 인연을 맺었다. 마가렛은 다미안 재단의 지원으로 인도에서 한센인 치료 병원과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1966년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소록도에 도착한다.
이보다 앞서 1959년 경상북도 왜관, 전라북도 고창 등에서 한센인을 돌보다 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를 간호하기 위해 잠시 귀국했었다. 둘은 다미안 재단 의료진들이 계약 만료로 본국으로 귀국한 후에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소록도에 남았다. 그리고 2005년 11월 22일 오스트리아로 귀국했다.
1962년과 1966년 소록도와 인연
그녀들이 남긴 편지에는 ‘약과 치료품이 부족할 때는 도움을 드릴 수 있었지만 이제 한국은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환자를 잘 돌보는 간호사가 있어 떠난다’는 내용을 편지에 담았다. 그리고 ‘제대로 일할 수 없고, 자신이 있는 곳에 부담을 줄 때 본국으로 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 말을 실천할 때가 지금(2005년 11월 22일)이라고 적었다. 오히려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서 대단히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녀들이 한 일은 실로 대단했다. 소록도에 영아원을 개원해 부모와 격리된 아이를 돌보고, 완치된 한센인들이 결혼한 후 소록도에서 나와 정착할 때는 정착할 돈을 마련해 주었다. 그녀들을 후원하는 오스트리아 부인회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아원에서 아이를 돌보던 마리안느와 마가렛 그리고 마리아는 1966년 다미안 재단의 공식 간호사로 근무하면서 한센인들과 대면 간호를 시작했다. 이후 한센인들에게 제공할 우유를 만들기 위해 초지에 양을 입식하고, 정신병동 신축, 중환자실 개선, 결핵병원 신축, 시각장애인 휴게소 마련, 목욕탕 신축 등을 추진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소록도 주민들을 관사로 초대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주고 생일이면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나누기도 했다. 환우들의 피고름을 직접 손으로 짜고,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을 오스트리아에서 구해 치료를 하기도 했다.
그녀들은 간호사로 일했지만 한국정부로부터 월급을 전혀 받지 않았고, 구호품 상자에서 맞는 옷을 골라 입었다. 한센인들이 입고 난 옷이나 생필품을 수리해 사용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소록도에 들어와 1∼2년 환우들을 치료하다 갔지만, 그녀들은 40여 년간 주민들의 마음을 치료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 운영
마리안느는 귀국한 후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마가렛은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낯선 환경으로 우울증을 겪다가 최근 눈을 감았다. 그녀들의 헌신에 모두 ‘수녀’라고 불렀지만, 사실은 자원봉사자였을 뿐이다.
그래서 노후에 자신들의 안정된 생활도 보장받을 수 없었다. 오히려 늙고 병든 자신들이 소록도의 짐이 되는 것이 싫어서 귀국을 결심했다. 마라렛은 아름다웠던 순간을 ‘소록도’에서 자원봉사할 때로 기억했다.
1971년 소록도 공원에는 마리안느, 마가렛, 마리아의 공적을 기리는 ‘세마 공적비’가 세워졌다. 1994년에는 오스트리아 정부 훈장, 1996년에는 국민훈장 모란장이 수여되었다. 2006년 5월 그녀들이 머물렀던 관사는 ‘마리안느, 마가렛의 집’이라 명명하고, 201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 피세렉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소록도와 녹동항구의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그녀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기억하고 나눌 수 있는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이 마련되어 있다.
김준 / 전남대학교 호남문화연구원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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