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에 할아버지·할머니 ‘뱃사공’이 서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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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제림과 국수거리 이어지는 담양 ‘뚝방마을’ 석인상(石人像)

2025.02.24 02:47 입력

<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div align="justify"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천변에 할아버지·할머니 ‘뱃사공’이 서 있는 이유" src="/PEG/17403651573801.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뚝방마을 앞 담양천변. 바람을 쐬러 나온 가족이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div></td></tr></tbody></table><p> </p><p><span style="font-size: 12pt;">‘대나무 고을’ 담양 별미 가운데 하나가 국수다. 비빔국수도, 멸치국수도 맛있다. 국수와 벌을 이룬 삶은 달걀도 입맛을 돋운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span></p></div><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span style="font-size: 12pt;"> </span></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span style="font-size: 12pt;">국숫집은 담양천변 시장 부근에 모여 있다. 국수 한 그릇과 삶은 달걀이 주는 포만감을 안고 천변 둔치에 섰다. </span><span style="font-size: 12pt;">관방제림으로 이어지는 천변 풍경이 넉넉하다. 천변을 따라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 어르신들 파크골프장도 저만치 보인다.</span></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span style="font-size: 12pt;"> </span></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span style="font-size: 12pt;"></span>천변은 영산강 상류 관방천이다. 담양읍내를 가로질러 ‘담양천’으로도 불린다. 둔치가 관방제(官防堤), 둔치 숲이 관방제림(官防堤林)이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관방제림은 1648년 담양부사 성이성이 조성했다. 물난리를 막으려고 둑을 쌓고 나무를 심었다. 이 숲이 마을을 지켜줬다. 방풍림이다. 여름날엔 더위를 피할 쉼터를 제공한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여행객도 불러들인다. 풍치림이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천변은 오래 전 객사, 관아가 있던 자리다. 죽물시장과 우시장도 있었다. 잔칫날이면 놀이패가 자리를 잡고, 씨름판도 벌어졌다. 사람들 발길이 줄을 이었다. 시장을 찾은 사람들 끼니를 해결해 준 먹을거리가 국수였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둔치를 따라 마을이 들어섰다. 뚝방마을이다. 뚝방은 둔치의 지역말이다. 행정구역은 담양군 담양읍 천변리에 속한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div align="justify"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천변에 할아버지·할머니 ‘뱃사공’이 서 있는 이유" src="/PEG/17403651854753.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마을 입구에 세워진 석인상. 할머니와 할아버지 석인이 가까이서 마주 보고 있다.</div></td></tr></tbody></table><p> </p><p><b style="font-size: 12pt;">마을 역사와 이야기 떠올려 주는 벽<span style="font-size: 12pt;">화</span></b></p></div><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둔치에서 내려와 돌아본 마을이 소소하다. 고샅 벽에 그려진 그림이 정겹다. 대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가는 아낙네들이 그려져 있다. 마을의 자랑인 정미소와 만세운동 이야기도 그려졌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모두 1960∼70년대 마을과 주민들 이야기를 담고 있다. 벽화가 마을 역사와 이야기를 떠올려 준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벽화는 5년 전 마을사업 때 그렸다. 5일장과 국수거리를 연계시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자는 속내다. 관광객 발길을 유혹하는 데도 보탬 될 것으로 봤다. 정미소의 복합문화공간 변신도 그때 이뤄졌다. 방아를 찧는데 필요한 시설을 그대로 두고, 다방으로 꾸몄다. 이름도 ‘정미다방’이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정미소는 옛날 읍내에 하나뿐이었다. 말과 소가 끄는 수레가 정미소 앞에 장사진을 이뤘다. 정미소를 중심으로 공장, 대장간, 상엿집이 모여 있었다. 부녀자들 사랑방인 공동우물도 여기에 있었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뚝방마을은 담양의 가온누리였다. 사람이 많이 살았다. 우시장도 마을에 속했다. 소는 물론 돼지, 닭, 오리 등을 팔았다. 시장이 쉬는 날엔 서커스도 공연했다. 아직껏 ‘소전머리’, ‘닭전머리’ 지명이 남아 있다. 죽물시장도 둔치를 지나갔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우리마을 한천석 씨네 천원상회에 첨으로 텔레비전이 들왔어/ 저녁마다 대여섯 명씩 국수랑 막걸리랑 갈아주고/ 텔레비전을 볼라고 모였어. 거그가 마을 사랑방이였제’</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벽화로 만난 ‘천원상회 텔레비전’이다. 마을주민 김남례 씨의 글이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천원상회는 우시장 주막이었다. 술과 국밥, 국수를 팔았다. 마을사람들이 모여 크고작은 일을 논하는 사랑방 역할도 했다. 이후 천원상회로 바뀌었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1919년 만세운동이 계획된 곳도 여기였다. 3월 18일 장날을 거사일로 정했다. 조선을 학, 일본을 황새에 비유한 격문도 내걸렸다. 일본경찰에 사전 발각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정기환 등 9명이 붙잡혀 옥살이를 했다. 담양 만세운동은 이듬해 1월 창평에서 다시 일어났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div align="justify"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천변에 할아버지·할머니 ‘뱃사공’이 서 있는 이유" src="/PEG/17403652159836.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뚝방마을 골목 풍경. 고샅마다 60∼70년대 마을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이 그려져서 더 정겹다.</div></td></tr></tbody></table><p> </p><p><b style="font-size: 12pt;">물난리 피할 수 없었던 천변 뚝방마을</b></p></div><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천변 뚝방마을은 물난리를 피할 수 없었다. 운명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냇물이 넘치고, 고샅은 냇가로 변했다. 물에는 똥이 둥∼둥 떠다녔다. 인분은 물론 소똥, 개똥이 넘실댔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지세가 배 형국 탓이라는 말이 떠돌았다. 집집마다 정화조가 설치되지 않은 시절 얘기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음지가 있으면, 양지도 있는 법. 덕분에 마을 주변 논밭이 기름졌다. 농작물이 잘 됐다. 부자가 생겨났다. 배에 돈이 많이 실리면 뒤집힌다는 말이 회자됐다. ‘담양부자는 300년 못 간다’, ‘담양부자는 일찍 고향을 떠난다’는 말도 있었다. 마을에 석인상(石人像)이 세워진 이유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돌로 다듬은 석인(石人)은 가분수다. 키 60∼70센티미터로 작고, 얼굴이 몸의 절반을 차지한다. 코와 입, 눈과 귀가 선명하다. 얼굴 가득 엷은 웃음을 지으며, 2기가 가까이서 마주 보고 있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오른쪽이 할아버지다. 머리에 지체 높은 사람의 상징인 원유관(遠遺冠)을 쓰고 있다. 두꺼운 입술과 코가 도드라지고, 눈은 움푹 패어있다. 턱 밑에 수염은 역삼각으로 길게 내려왔다. 할머니는 머리에 탕건을 썼다. 상대적으로 눈과 코, 입이 많이 닳았다. 석인은 모두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석인상은 1838년 담양부사 홍기섭이 세웠다고 전한다. 배 모양 지세를 감안해 뱃사공이 있어야 한다는 풍수지리를 믿었다. 마을사람들이 석인상을 ‘뱃사공’이라 부르는 연유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석인상은 장승 역할을 했다.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비는 마음을 담고 있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석인상에 제사를 지냈다. 1984년 전남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span style="font-size: 12pt;"> </span></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div align="justify"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천변에 할아버지·할머니 ‘뱃사공’이 서 있는 이유" src="/PEG/17403652523490.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관방천변의 비빔국수. 옛 시장상인들을 대상으로 팔던 음식이 최근 별미로 각광받고 있다.</div></td></tr></tbody></table><p> </p><p> </p></div><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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