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같이 콧방귀부터 뀌었다. “봉사활동이나 열심히 하지 무슨 사업이냐”며 시큰둥했다. 심지어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며 조롱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회적기업의 멘토들조차 만류할 정도였다.
마음은 아팠지만 개의치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렸다. 그렇게 쏜살같이 1년이 흘렀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달을 못 버틸 것 같은 이들이 매출 8억 원을 달성한 알짜기업을 키워냈다. 색안경을 끼고 보던 이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반신반의하던 이들도 이젠 ‘경력단절 여성들의 사회진출 본보기’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설립한 전라남도의 지역공헌형 예비사회적기업 ‘㈜아토’의 얘기다. 보성군 벌교읍에 있다. 근화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금융조합 건물과 어깨를 맞대고 있다.
세 여자의 유쾌한 도전
“보성 월곡마을 벽화 그리기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 만났어요.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평범한 주부로 살다 뜻있는 일을 해보자고 참여했었죠. 20여 년 만에 다시 붓을 잡았는데 어쩌겠어요. 신이 났죠.”
이준옥, 김승희, 강수연 씨의 첫 만남이었다. 셋이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 ‘좋은 일을 하며 돈도 조금 벌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가진 것이라곤 열정뿐이던 세 여자의 유쾌한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역할을 나누고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회사 설립에 필요한 서류 한 장 갖추는 데도 벅찼다. 경영에 ‘경’자도 모르던 그들에겐 당연한 일이었다.
도움이 절실했다. 때마침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도우미로 나섰다. 사회적기업가를 키워내는 사회적기업가 육성과정에 참여했다. 전국에서 550개 사회적기업 창업팀이 모여들었다. 놓았던 책을 다시 잡고 주경야독하며 회사를 설립했다. 사회적경제의 가치에 대한 나름의 생각도 정립해갔다. 창업팀 중 단연 두각을 보였다. 그 결과 ‘2017 사회적기업가 페스티벌’에서 전남에서는 유일하게 우수창업팀으로 선정됐다. 육성자금 4100만 원도 지원받았다. 매출액, 고용창출, 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경제적 성과와 사업의지 등에서 월등한 점수를 받은 덕이었다.
아토의 진가는 ‘2016보성다향대축제’ 트릭아트에서 발휘됐다. 차박물관을 오르는 길 190m을 트릭아트(입체적 그림)로 입혔다. 여성의 섬세함과 감성을 작품에 그대로 담았다. 다향제를 찾은 관광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지난해 5월이었다. ‘실력이 출중하다’는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갔다. 일감이 쏟아졌다. 지난해 보성차밭빛축제를 기획하고, 공설운동장 벽과 율포해수풀장의 트릭아트도 맡았다. 순천시의 마을미술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무안, 장성, 곡성, 광양 등 인근 지역에서도 러브콜이 쇄도했다. 최근에는 광양읍 용강에 있는 폐선 터널 300m를 와인동굴로 꾸미는 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와인터널은 10구간으로 구성됩니다. 바닥 트릭아트를 비롯해 세계 와인을 시음할 수 있는 전시장과 카페테리아, 터널 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 파사드로 꾸며집니다. 지역에선 보기 드문 색다른 명소가 될 것입니다.” 이준옥 대표의 귀띔이다.
경력단절 여성 일자리 창출
아토는 벌교의 신르네상스를 꿈꾼다. 도시재생, 청소년교육에서 그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핵심 사업은 태백산맥길 중심으로 이뤄지는 도시재생사업. 낙후된 벌교읍을 정비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심는 사업이다.
“금융조합에서 보성여관까지 이어지는 태백산맥길 주변 상가를 조사했는데 예상보다 심각했어요. 상가의 60%가 비었어요. 이들 빈 상가들을 목공예, 도예, 화실, 수예공방 등으로 꾸며 작가들을 입주시키려고요.”
김승희 이사의 말이다. 이곳에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체험거리, 쉼터를 한 곳에 집중시켜 멋과 맛과 낭만이 있는 활기찬 동네로 꾸민다는 것이 중심내용이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벌교의 문화 역사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꾸밀 계획이다.
청소년 사업은 프렌즈포라이프(Friends for Life·평생지기)로 운영할 방침이다. 청소년들이 동아리활동을 하며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희망공정여행을 떠나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벌이고 있는 재능 나눔 무료 미술 교육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 사업의 가교 역할을 할 곳은 커뮤니티센터. 일제강점기 금융조합 조합장의 사택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1910년에 지어진 역사적 의미를 지닌 건물이기도 하다. 보성에서도 몇 안 돼는 적산가옥(적의 재산,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소유한 재산 중 주택)이다.
“건물이 많이 낡았지만 옛 모습을 최대한 살려 리모델링을 한 후 세미나실, 갤러리 등으로 활용할 예정입니다. 지역민과 문화를 향유하는 감성과 소통의 공간으로 꾸밀 계획입니다. 여기에 낙후된 지역사회의 문화, 역사, 예술을 융합해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경력단절 여성과 예술가들의 일자리도 만들어 가겠습니다.”
강수연 이사가 말하는 커뮤니티센터 청사진이다. 아토가 그리는 미래이기도 하다. ☎858-8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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