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향하지 않으면, 어떤 신앙도 미신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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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에세이 풍류해자 – 114. 미신과 종교

2020.11.08 17:16 입력

<div align="justify" style=""> <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사람을 향하지 않으면, 어떤 신앙도 미신일 터…" src="https://news.jeonnam.go.kr/PEG/16048233935122.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사랑과 영혼’ 영화는 미신인가?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의 이 장면들이 실은 우리 씻김굿과 의미 같은 신령(神靈) 교통의 이야기란다.</div></td></tr></tbody></table>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타계했다. 국내외적으로 반향이 엄청났다. 새삼 대인(大人)과 한 시대 더불어 살았음을 실감한다. 이런 소감을 들었다. </div>“다 좋은데 왜 장례를 원불교식으로 하지? 불교도 그런데, 하물며 원불교라니…”  사람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그는 미신(迷信)에 대해 생각했을 터다. 첨단문명에 우뚝했던 인물이 왜 미혹의 종교에 빠졌을까 하는 아쉬움과 ‘한심하다’는 느낌을 못 숨겼던 것이다.  미신은, 정의(正義)처럼, 상대적인 개념이다. 예를 든다. 일본의 정치는 한국의 안중근 장군을 정의롭지 않은 암살범이라고 한다. 미신이란, 어느 정도 개념을 규정할 수는 있겠지만 그 시도는 실은 허망하다. 누가, 어떤 종교의 누구더러 미신이라 말할 수 있을까?  ‘너’를 못 보는, 또 안 보려 눈을 감아버리는 맹목(盲目)의 결과이리라. 제 종교 아니면 상당수 사람들은 상대를 ‘미신’이라 부른다. 싸움을 걸기도 하고, 비과학적이라 폄하하기도 한다. 인도의 인사말 ‘나마스테’가 품은 뜻을 늘 떠올린다. ‘내 안의 신(神)이 당신 안의 신에게 경배(敬拜)를 드린다’는 뜻이라고, 오래전 뉴델리에서 들었다. ‘나의 신’이 아니고, ‘내 안의 신’임을 여태 주목한다. 인간은 각각의 영성(靈性)을 지닌 존재다. 이집트에서 며칠 함께 지낸 이슬람 세 친구들의 경건한 생활과 착한 심성도 늘 생각한다. ‘너의 나라의 신’에 관해 내게 진지하게 물었다. 알라 신의 계시를 받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마호메트) 얘기를 들려줬다. ‘알라 신이 한국과 너를 축복할 것’이라고 기도해주었다. 나마스테를 가르쳐준 친구, 또 선량하기 짝이 없던 이슬람 청년들이 ‘미신’일까. 프랑스에서 생겨나는 테러의 참상, 그 본디를 생각한다. 누가 정의의 편인가? 원불교를 신봉하는 친구가 있다. 반듯한 그를 좋아한다. 원융(圓融)의 깨달음 따르는 삶이 지금의 그를 빚어 왔으리라고 기껍게 생각한다. 이건희 회장이 택한 삶과 죽음의 방식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원불교는 1916년 익산에서 박중빈이 세운 민족종교다. ‘13일의 금요일’이나 밤에 휘파람을 불지 않는 것, 이런 걸 미신이라고 웹페이지들을 알려준다. 이는 기껏 생활 주변의 금기(禁忌)다. 외래어 터부(taboo)나 징크스(jinx)의 뜻과 비슷하다. 우리에겐 오래된 말로 기휘(忌諱·꺼리거나 피함)라는 개념도 있다. 뜻을 불려 보자면, 이런 개념들처럼 각 시대 문명권마다 생각과 관습이 생겨난다. 종교라고도 한다. 사람이 만든 것이다. 문화나 언어처럼, 세계 각지를 돌아 전해지기도 한다. 물 흐르듯 큰 문명의 영향력에 따라 널리 퍼진다. 사람을 압도하거나 소외시키는 사례도 잦다. 물질문명의 규격화가 개입하기도 한다. 주류에서 빠진 변방(邊方)은 미신이 되기 십상이다. ‘하물며 원불교라니’란 생각은 왜 이 획일적인 규격에 못 들었느냐는 속뜻일 수 있다. 바이러스에도 맥을 못 추리지만, 인간의 가치는 자성(自省)에 있지 않을까. 인류가 어찌 세상의 주인인가, 아인슈타인이 휘어놓은 시간과 공간의 우주에서 누가 미신이고 누가 종교인가. 헐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1990년)을 기억하는 이가 많다. 최근엔 한국의 뮤지컬로 서울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미녀배우 데미 무어의 달콤함과 우피 골드버그의 ‘무당’역이 너무 강렬했을까? 허나 저 얘기는 실은 우리네 삶과 죽음, 그 틈새 영혼의 중매쟁이 얘기와 똑같다. 민속학은 몰라도 송가인에게는 다들 뻑 간다. 몸과 마음으로 그 기(氣)가 들어 우리를 흔드는 것이리라. 가인 엄마 송순단 만신, 세월호 아이들 비롯한 숱한 원혼들 달래 온 큰 무당이다. 눈에 보이는, 손에 잡히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뼛속처럼 안다. 어리석은, 미신인가?강상헌 / 한국어문연구원장·언론인  토막새김 일본이 가르친 대로 자란 박정희에게 한국의 신과 전통은 미신이었다. 권력의 총을 쥐자 그 ‘미신’의 타파(打破)에 나섰다. 70년대 새마을운동은 우리 마음자리를 때려 부수는 것이었다. 영어 수퍼스티션(superstition)은 ‘위(수퍼)에 있다(스탠드)’는 뜻이다. 70년대 스티비 원더의 같은 제목 히트곡처럼 ‘색다른 세상의 정서’를 가리키는 말일지언정 타파의 대상은 아니다.  그 번역어인 미신을 우리는 ‘어리석다’는 뉘앙스(어감) 덧붙여 쓴다. 박정희의 뒤틀린 정서 탓에 원래의 뜻이 흔들린 것이다. 미(迷)는 ‘여러 갈래 길을 찬찬히 간다’는 그림의 기호다.  서양문물로 우리 일월성신 천지신명을 건사하긴 어렵다. 코로나 이전 시대를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 어떤 겨레도 가보지 않은, 새 길을 떠나야 한다. 우리 줏대 세우고, 당당 담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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