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산타워에 칠산과 칠산바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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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포구이야기 – 261. 영광 향화도

2020.09.21 18:28 입력

<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div align="justify"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칠산타워에 칠산과 칠산바다가 없다" src="https://news.jeonnam.go.kr/PEG/16006802300577.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칠산타워(높이 111m)<span style="font-size: 12pt;">와 칠산대교.</span></div></td></tr></tbody></table><p> </p><p><span style="font-size: 12pt;">‘조구 몇 마리만 줘봐’라며 한 사내가 비닐봉지를 건네자 주인이 10여 마리를 담아준다. 그런데 값을 치르지 않고 그냥 간다. 주고받는 대화로 봤을 때 그냥 주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밖을 보니 승용차 트렁크에 아이스박스가 가득 실려 있다. </span></p></div><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꽃게와 대하를 가득 채운 상자들이다. 배가 들어오는 물때에 맞춰 찾아온 단골이었다. 빈자리에 덤으로 얻은 조기를 찔러 넣은 사내는 차를 몰고 떠났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칠산타워가 높이 솟은 포구에서 서성이던 사람들이 가게에 모였다. 막 들어온 배에서 싱싱한 수산물이 쏟아졌다. 대부분 단골이지만 뜨내기손님도 있다. 무안과 연결하는 칠산대교가 완공된 후 호기심으로 찾아온 사람들이 늘고 있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향화도는 섬이 아니지만 섬이라 부른다. 갯벌로 둘러싸인 섬은 파도가 가져온 모래와 갯벌이 쌓이면서 작은 섬을 잇고, 사람들은 제방을 쌓아 논과 염전을 만들었다. 염산에 염전이 많고 논이 많은 이유다. 이곳은 한때 칠산바다의 가장자리였다. 영광군 염산면 옥실리에 속한다. 신옥·와룡·내묘·송정·미동·소무·송촌·대무 등 여러 자연마을로 이뤄져 있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b> </b></p><div align="justify"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칠산타워에 칠산과 칠산바다가 없다" src="https://news.jeonnam.go.kr/PEG/16006802619667.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style="margin:8px"><span style="font-size: 10pt; letter-spacing: 0pt;">▲</span><span style="font-size: 10pt;">참조기를 싣고 향화도로 향하는 고깃배</span><span style="font-size: 12pt;"></span><br></div></td></tr></tbody></table><p> </p><p><b style="font-size: 12pt;">돈 실어 나르던 칠산바다</b></p></div><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향화도는 한산한 어촌이었다. 가까운 곳에 젓갈시장으로 유명한 설도항이 북적댈 때도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향화도와 무안군 해제면 송석리 도리포를 잇는 칠산대교가 연결되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칠산타워도 만들어져 칠산바다를 볼 수 있어 관광객들도 찾고 있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두 포구 사이의 거리는 1.6㎞쯤 되지만 내만은 영광군 군남면, 함평군 손불면과 함평읍, 무안군 현경면과 해제면을 품은 너른 바다와 갯벌로 이뤄져 있다. 이곳을 함해만이라 한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함해만의 무안갯벌은 2001년 해양수산부에서 지정한 첫 번째 습지보호지역이며, 2008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됐다. 칠산대교가 완공되면서 멀리 돌아가는 불편함이 사라졌다. 무안군 해제를 지나 지도, 사옥도, 증도, 임자도로 갈 수도 있게 됐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함해만을 벗어나면 칠산바다로 이어진다. 낙월도, 송이도, 안마도 그리고 갈매기들의 천국이라는 일곱 개의 섬 ‘칠산도’가 펼쳐진다. 가게에서 만난 물고기도 칠산바다가 내어준 것들이다. 1960년대까지 봄이면 황금조기가 ‘부욱부욱’ 소리를 내며 줄지어 올라왔다는 곳이다. 조선팔도의 뱃사람들이 ‘돈 실러 간다’고 노래를 불렀던 바다다. 그 조기가 법성포로 올라와 굴비가 되고 조기파시를 만들었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div align="justify"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칠산타워에 칠산과 칠산바다가 없다" src="https://news.jeonnam.go.kr/PEG/16006804303377.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칠산바다에서 참조기를 잡는 어선 </div></td></tr></tbody></table><p> </p><p><b style="font-size: 12pt;">어업문화 콘텐츠 없는 타워</b></p></div><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향화도는 관광명소가 된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 만나는 포구이다. 젓갈시장으로 유명한 설도항처럼 이곳도 배 주인들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싸고 싱싱하다. 운이 좋은 날은 물 좋은 해산물을 값싸게 구할 수 있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뺑뺑이 그물로 불리는 개량안강망을 칠산바다에 놓아 털어온다.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배가 들어오면 아는 사람은 미리 와서 기다린다. 이번에도 서대, 대하, 보리새우, 꽃게, 조기, 민어(통치) 등을 함박지에 담아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좀 많이 샀다 싶으면 조기나 통치 몇 마리가 덤으로 따라온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주차장에 차들이 제법 많다. 칠산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칠산타워는 코로나19로 문을 닫았지만, 선어와 활어를 파는 가게는 문을 열고 있다. 주인도, 손님도 마스크를 쓰고 흥정을 한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칠산타워에 오른 적이 있다. 그런데 아쉬웠다. 다른 곳과 다를 바 없었다. 백수해안도로에서는 육안으로 이보다 더 멋진 칠산바다와 노을을 볼 수 있다. 칠산타워에 칠산바다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사진 몇 장 보고, 멀리 바다를 보는 것이 전부다. 흐린 날은 그마저도 구경하기 어렵다.</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조선 팔도의 뱃사람이 다 모였다는 곳에 상징물을 만들고 다리까지 놓았다. 적잖은 예산을 투입해 국가가 조성한 공간이 이 정도라면 어디에서 어업문화와 어촌공간의 콘텐츠를 찾아야 할까. 우리 어촌의 에코뮤지엄은 사치스런 것일까. 그동안 어촌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어촌뉴딜이 어촌과 어업의 에코뮤지엄으로 가는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어촌뉴딜이 그린뉴딜이 되는 길은 유럽에 있지 않다.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 </p><p style="text-align: justify;" align="justify">주머니를 털어 큰 서대 한 마리를 사고 덤으로 통치 네 마리를 얻었다. 오늘 저녁은 서대탕이다. </p><p style="text-align: right;" align="right">김준 /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p><p style="text-align: right;" align="right"> </p><div align="right" style=""><p> </p><table _id="news_image" border="0" cellpaddin="0" cellspacing="0" align="left" style="border:1px solid #d2d2d2;margin-right:12px;margin-bottom:15px;"><tbody><tr><td><div style="margin:8px"><img alt="칠산타워에 칠산과 칠산바다가 없다" src="https://news.jeonnam.go.kr/PEG/16006804635517.jpg" align="absmiddle" width="100%"></div><div _id="news_caption" style="padding-left:8px;padding-right:8px;">▲참조기. 천일염으로 켜켜이 재 해풍에 말리면 천하일미 굴비로 변신한다.</div></td></tr></tbody></table><p> </p><p> </p></div><p style="text-align: right;" align="right">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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